태국·캄보디아 옛 사원 '앙코르와트' 외교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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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캄보디아의 고대 사원 앙코르와트를 둘러싸고 태국.캄보디아 간 외교분쟁이 격화되고 있다.

태국의 인기 여배우가 앙코르와트를 태국에 돌려줘야 한다고 발언했다는 보도에 자극받은 캄보디아인 1천여명은 29일 밤 프놈펜에 있는 태국 대사관에 난입해 건물에 불을 지르고 태국 국기를 불태웠다. 시위대는 이어 타이항공 사무실과 태국계 호텔.음식점 등 태국어가 쓰여 있는 건물들을 닥치는 대로 약탈했다.

이 과정에서 프놈펜에 있는 태국계 호텔의 태국인 직원 한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캄보디아 경찰은 총을 쏘아 시위대를 해산시켰다.

태국 정부는 이날 긴급 각료회의를 열고 프놈펜 주재 태국 대사를 소환하고, 방콕 주재 캄보디아 대사를 출국 조치했다. 태국군은 30일 넉대의 군용 수송기를 프놈펜으로 보내 캄보디아군의 협조 아래 외교관 등 5백여명의 자국민을 태국으로 긴급 수송했다. 이 중 부상한 여덟명은 태국 도착 직후 병원으로 옮겨졌다.

태국의 국적 항공사 타이항공과 민항 방콕항공도 프놈펜행 노선 운항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태국군도 국경 지역에 경계령을 내리고 해군 함정을 국경 해역에 배치했다. 태국군은 그러나 "전쟁 상황은 아니다"고 안심시켰다.

캄보디아 정부 대변인은 "이번 사태는 실수에 의해 빚어졌으며 이렇게 확대될 줄 몰랐다"면서 태국 국민에게 사과했다. 앞서 훈센 캄보디아 총리도 자신의 주장을 번복, "태국 여배우가 문제의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시인했다.

이번 사태는 태국 여배우 수와난 콩잉이 "캄보디아가 앙코르와트 사원을 태국에 돌려주지 않으면 캄보디아 공연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는 캄보디아 언론의 보도에 대해 훈센 총리가 지난 27일 수와난을 비난하면서 불거졌다. 이에 대해 수와난은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며 "2년 전 출연한 드라마의 대사인 것 같다"고 해명했다.

태국과 캄보디아는 서로 침략했던 역사를 갖고 있으며, 지금도 국경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13세기 이전에는 캄보디아의 앙코르 왕국이 태국의 상당 부분을 점령했으며, 1432년에는 태국의 아유타야 왕조가 앙코르 왕국을 몰아내고 앙코르와트가 있는 시암리아프를 차지했었다.

정재홍 기자.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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