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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역사의 고향(34) 탐라의 하늘과 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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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해도서 이인 난다>
이상하게도 남해저쪽에 동경의 별천지가 있느니 라고 생각했다. 반도인 때문일까. 북으로부터 산과 들을 타고 내려온 한민족은 남해의 와락 달려드는 물결에 멈칫 멎어져서 무수히 팔을 뻗쳐봤다.
신라 사람들에 있어 「남방」은 열반의 세계에 이르는 꿈의 통로였다. 고려 이래로 남해 멀리 해도에서 이인이 나온다는 신앙이 일반화해 있었다. 우리 조상들은 그 어떤 경험에 의해 남방에 대한 선모심을 불러일으켰는지 모른다.
인조 때 황익이란 통제사는 남해에서 끝없이 표류됐다. 당도한 섬은 낯선 고장. 고려왕조 때 패망한 신라의 태자가 금강산으로 쫓겨갔다가 너무도 땅이 좁은 고로 20만 호의 백성을 이끌고 와서 정착한 별세계였다. 이 남방의 이상국은 당시의 점잖은 선비 안응창의 「잡록」에 소개돼 있다.
박연암의 「허생전」은 훨씬 윤색된 꿈의 세계. 경륜가 허생이 온 나라의 도둑무리를 모아 남방 무인도에 문명되고 화평한 나라를 이룩한다. 가난과 싸움의 도가니 속에서 찾아낸 창구멍이다. 먼 남쪽이 해도가 반드시 제주도를 가리키진 않는다. 그저 남쪽이라도 좋다. 세계의 바람과 시대의 물결이 밀려와서 줄기차게 진취와 용약을 재촉하는 그 「남쪽」으로 족하다. 그것은 미래에 손짓하고 이상을 먼 장래에 구하는 이 땅의 생리.
반도에 비해 제주도는 확실히 달리 감촉 되는 풍광을 갖고있다. 온화한 남국의 기후와 자연은 물론 언어와 생활에 이르기까지 신선한 견문을 준다. 하지만 물의 허다한 데를 두고 너도나도 제주도에 가고자함은 반드시 좋은 풍광 때문만이 아닐 것이다.

<진시왕과 삼신산>
일찍이 진시왕은 동해의 삼신산에 동남동여 3000명을 보내 불사약을 구해 오라 했다. 중국의 동해는 바로 우리 나라의 남해에 해당된다. 제주도가 바로 삼신산의 하나인 영주라고도 일러온다.
정방폭포의 돌 벽에는 그때 새겨놓은 글자가 있느니 없느니 하고 입씨름들을 한다.
『서시과차』
진시 왕의 사자 서시가 이곳을 지난다했다지만, 누가 판독해낸 말인지는 알 길이 없다. 다만 높이 24미터를 내리쏟는 세 줄기 물소리에 귀를 파묻고 아련하게 서리는 무지개를 보며, 확 터지는 먼 바다 등 『과연...』하고 무릎을 침직한 서지 임을 알겠다.

<해마다 느는 관광객>
제주도를 찾는 이는 해마다 늘어간다. 60년의 관광객이 고작 6천6백명을 헤아렸는데 64년에 2만8천3백82명, 65년엔 그 세 곱인 7만6천명, 지난해엔 10만을 넘었다고 도 당국은 집계했다. 그래서 제주도는 산업도 개발도 건설도 모두 관광을 위해서 필요한 것처럼 느낌을 준다. 「관광제주」요 관광개발」이다.
목포에서 배로 7,8시간. 비행기편이면 서울서 1시간 반. 이래도 교통이 불편하다고 도 당국은 「나는 기선」을 도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오돌또기 저기 춘향 논다 달도 밝고 내가 머리로 갈거나 둥 그대당실 둥 그대당실 여도 당실 연자 버리고 달도 밝고 내가 머리로 갈러나
저기 예쁜 여인이 나타났거니와 이렇게 달도 밝은데 내 앞장서서 놀러 갈거나 하는 「오돌또기」요를 따라 동경의 남해, 관광의 제주 길에는 날로 인파가 붐벼 옛 신화와 오늘의 꿈이 더불어 무르익고 있다.

<빛나는「제주 12경」>
반도내의 많은 승지가 갈수록 황량해짐에도 제주서는 어디 하나 버릴 데가 없다. 한라산을 한바퀴 돌아가며 성산 일출·정방폭포·산방굴사·죽도고전장·천제연폭포·사봉낙조·용연야범·삼성혈고분·고수목마·귤림추색·영실기암·녹담만설·영구춘화 등 12 승경이 오히려 빛을 더해 가는 것이다. 글 이종석 사진 조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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