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하키 세계선수권] 한국인 라던스키, 헝가리 울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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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16일(한국시간) 헝가리에서 열린 2013 국제아이스하키연맹 세계선수권 디비전1 그룹A 2차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헝가리를 5-4로 꺾은 뒤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 대한아이스하키협회]

‘푸른 눈의 태극전사’ 브락 라던스키(30·안양 한라)가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기적을 이끌었다. 한국 남자 대표팀은 31년 만에 헝가리를 꺾고 디비전1 그룹A(2부) 잔류 가능성을 높였다. 세계랭킹 26위 한국은 16일(한국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스포르트아레나에서 열린 2013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 디비전1 그룹A 2차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헝가리(랭킹 19위)를 5-4로 이겼다. 연장전 승리로 승점 2점(정규 시간 내 승리는 3점)을 챙긴 한국은 1승1패로 그룹 4위에 올랐다.

 캐나다 출신으로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의 하부리그 AHL에서 뛰었던 라던스키는 지난달 특별귀화를 통해 한국 국적을 얻었다. 라던스키가 합류하자마자 한국 대표팀의 전력은 한층 강화됐다.

 한국은 1-4로 뒤진 채 마지막 3피리어드를 시작했다. 56초 만에 라던스키가 빠르게 파고들어 날카로운 슛을 날렸다. 골리의 몸을 맞고 튕겨 나온 퍽을 김기성(28·상무)이 밀어 넣었다. 이어 김원중(29·상무)과 신상훈(20·연세대)의 연속골이 터졌다.

 경기는 연장전을 거쳐 슛아웃(승부치기)으로 넘어갔다. 슛아웃은 센터라인에서부터 퍽을 몰아 골리와 1대1 대결을 하는 방식이다. 변선욱(49) 대표팀 감독은 라던스키에게 책임이 막중한 1번 슈터를 맡겼다. 헝가리 관중 7370명은 일제히 야유를 쏟아냈지만 라던스키는 침착하게 골문을 갈랐다. 한국은 팀당 3명씩 나오는 슛아웃에서 2-1로 이겨 결국 5-4 승리를 따냈다. 1982년 헝가리와의 첫 대결에서 2-18로 참패한 한국은 31년 만에 기적 같은 첫 승(1무9패)을 거뒀다.

 IIHF는 경기 최우수선수로 라던스키를 꼽았다. 양승준 대한아이스하키 전무는 “한국 선수들의 투지와 라던스키의 결정력이 더해져 이길 수 있었다. 경기 후 라던스키가 태극기를 향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더라”고 전했다. 라던스키는 17일 일본전을 준비하고 있다. 양 전무는 “2008년부터 한국에서 뛴 라던스키는 한·일 간의 역사적 관계도 잘 알고 있다. 일본전에서 더 열심히 뛰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한국이 일본을 이기면 목표했던 그룹A 잔류가 유력하다.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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