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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 비즈] 아이비리그 꿈꾸세요? 펜싱 배워 두시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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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펜싱이 교육산업으로 뜨고 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영호씨(가운데)가 12일 서울 한남동 펜싱교실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귀족스포츠 이미지가 강한 펜싱이 교육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미국 명문대 입학을 위한 펜싱 강좌도 생겼다.

 펜싱은 지난해 런던 올림픽에서 대표팀이 메달 6개(금2, 은1, 동3)를 휩쓸면서 스포츠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또한 여자 에페 신아람(27)이 ‘1초 오심’으로 통한의 눈물을 흘려 온 국민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기도 했다.

 올림픽 때나 TV를 통해 볼 수 있었던 펜싱이 일반인들과 거리를 좁히고 있다. 펜싱을 배우겠다는 이들이 크게 늘고 있고, 특히 초·중·고등학생들이 몰리면서 펜싱은 교육산업으로 성장 중이다.

 ◆ 가까워진 펜싱, 교육산업으로=펜싱은 빠르고 격렬하면서도 곧은 자세를 유지하기 때문에 순발력과 집중력을 키우는 데 효과적이다. 유럽 귀족들의 스포츠였던 만큼 상대에 대한 예의를 중시해 인성교육에도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 대치동에 있는 강남 펜싱클럽은 최근 영어 펜싱 과정을 신설했다. 한국외국인학교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하고 있는데 반응이 좋다. 캐나다 대학 펜싱클럽 코치를 지낸 교포를 데려와 학생들에게 영어로 펜싱을 가르치도록 했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검을 사용해 아이들 안전에도 걱정이 없다. 이준석(30) 클럽 대표는 “영어 펜싱을 수강하면 영어학원에 따로 갈 필요가 없다. 딱딱한 교실에서 벗어나 활기차게 영어를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중·고등학생들에게 펜싱은 더욱 현실적인 ‘스펙’이 된다. 미국 대학 입시에서는 대학수능시험(SAT) 다음으로 체육 활동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아이비리그로 불리는 펜실베이니아·프린스턴·코넬·컬럼비아·예일·브라운대 등에는 유서 깊은 펜싱 팀이 있다. 펜싱대회 입상 경력이 있는 지원자에겐 입시에 가점을 준다.

 서울 한남동에 있는 로러스 펜싱클럽은 2009년 ‘펜싱 특기자 입학 관리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한국 최초로 펜싱 금메달을 딴 김영호(42)씨가 총감독을 맡았다. 공부만 했던 일반 학생들을 조련해 3~4년 만에 선수급으로 성장시켰다. 김 감독은 1기생인 차유진(19·브라운대)·권장성(19·브랜다이즈대)씨 등을 미국 명문대에 입학시켰다.

 김 감독은 “기본도 안 된 중학생들을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가르쳤다. 그중 펜싱에 재능을 보인 학생이 3명 있었고, 이들을 4년 동안 집중적으로 가르쳐 학생 선수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서울외국인학교에 다니는 조재준(16)군도 스탠퍼드대에 들어가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조군은 “학교 성적이 4.3 만점에 3.8 정도다. 학기말 우등상을 빼놓지 않고 받았지만 일반전형으로는 스탠퍼드대 진학이 어렵다”며 “학업 성적을 유지하면서 펜싱까지 잘한다면 스탠퍼드 입학은 꿈이 아닐 것”이라고 했다. 조군은 지난 3월 미국 대회에 나가 A~E 등급 중 중간 레벨인 C등급을 받았다.

 ◆‘입시용’ 탈피해 대중화 노력도=현재 펜싱 교육은 상위층에만 쏠려 있다. 펜싱 클럽 대부분은 서울 강남에 있고, 수강생은 대부분 국제학교 학생들이다. 수강료는 영어 펜싱의 경우 월 4회(회당 1시간 30분) 25만원 정도다. 미국 대학 입시반은 회당 10만원이다. 거의 매일 훈련을 받기 때문에 월 수강료는 200만원을 훌쩍 넘는다. 마스크·검 등 장비 구입에도 200만원 정도가 든다.

 펜싱을 생활 체육으로 확대하려는 노력도 있다. 서울 중경고 펜싱부 코치들은 무료로 펜싱 동호인들을 가르치고 있다. 최도선(39) 중경고 코치는 “펜싱의 저변 확대를 위해 재능기부 형태로 동호인들에게 레슨을 해주고 있다”며 “동호회원 20여 명이 펜싱부 학생들 장학금을 지원한다. 동호인과 선수들이 상생하는 모델을 찾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글=박소영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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