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민주당 강령 개정, 진정성이 생명이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5·4 전당대회에서 민주당이 강령과 정강·정책을 바꾸겠다고 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검토’ 같은 조항은 없애고, 보편적 복지를 ‘복지국가의 완성’으로 수정하며,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을 새로 넣는다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극단적인 이념에 치우쳤던 비현실적이고 과격한 것을 없애고 그동안 간과했던 필수 부분을 채택한다는 것이다. 늦었지만 옳은 방향이다.

 총선을 앞둔 지난해 2월 한명숙 대표 등 지도부는 주한 미국대사관을 방문해 미국 대통령과 상원·하원 의장 앞으로 보내는 서한을 전달했다. 한·미 FTA 재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이를 폐기하겠다는 ‘협박’이었다. 협정 발효 1년 동안 항공·자동차·와인 같은 협정 관련 품목을 보면 미국의 대한 수출은 4%, 한국의 대미 수출은 10% 늘었다. 한국에 더 이익이 되는 것이다. 민주당이 집권했으면 이런 협정을 없앴을 것이다. 한명숙·이해찬 대표, 문재인 대통령후보 같은 지도부는 노무현 정권 시절 협정을 추진했던 이들이어서 많은 국민은 충격을 받았다.

 정강·정책 변경은 ‘뇌수술’이다. 이왕 수술을 하려면 보수·진보를 떠나 보편적인 공동체 가치를 과감히 수용해야 한다. 민주당은 강령 전문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건국정신만 강조했을 뿐 실제로 건국의 위업을 달성한 이승만 대통령은 생략하고 있다. 선진국의 주요 정당치고 ‘건국’을 깔아뭉개는 노선은 없다. ‘보편적 복지’를 없애는 것은 바람직한 실용주의다. 박근혜 정권 출범 50일이 보여주듯 저성장과 세수 감소라는 척박한 환경에서 ‘보편적 복지’는 국가재정을 위협하는 포퓰리즘이다.

 변신의 핵심은 진정성이다.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을 넣는 데에 그치지 말고 북한인권법 제정에 동참해야 한다. 당은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을 규탄하는 국회 결의안에 반대한 바 있다. 북한의 도발을 경계한다면 이런 일을 다시 저질러선 안 된다. 민주당의 변신은 총선·대선의 패배를 다시 겪지 않으려는 ‘선거 차원’을 뛰어넘어야 한다. 선거와 상관없이 지켜야 할 공동체 가치가 있는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