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절매 대신 물타기 … 개인투자자 쪽박 차는 이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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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주식 시장에서 개인은 재미를 못 본다는 말, 올해도 예외가 아니었다. 개인들이 많이 산 종목 주가가 우수수 떨어졌다. 올 들어 4월 12일까지 개인 순매수 상위종목의 주가 등락률을 파악한 결과가 그랬다. 제일 많이 산 LG화학(8623억원)은 주가가 연초 대비 26.2% 하락했다. 개인 순매수 1~5위 종목 중 0.3% 떨어진 삼성전자만 그나마 선방했을 뿐 나머지는 주가가 22~45% 빠졌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하락률인 5.6%를 훨씬 밑도는 성적표다. 반면 외국인 순매수 1~5위인 SK하이닉스·LG전자 등은 6.6~28.6% 상승했다. 그야말로 극과 극이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개인들의 정보 습득이 뒤늦어서일까.

 삼성증권은 그 이유를 투자 습성에서 찾았다. 한두 종목이 아니라 여러 종목 포트폴리오 투자를 하는 자산가들을 살핀 결과다. 삼성증권 이남룡 연구원은 그 내용을 ‘2013년 대한민국 개인 투자자들의 현주소’ 보고서에 담아 최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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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고서에 따르면 20개 종목을 보유한 A씨는 단 한 개만 플러스 수익을 기록하고 있을 뿐 나머지는 전부 마이너스였다. 이익이 나면 적절히 팔았지만 손실이 났을 때는 무작정 들고 기다리는 게 문제였다. 상당수 개인들은 여기에 ‘물타기’를 한다며 손실 종목을 더 사들인다. 하지만 주가가 떨어지는 데는 이유가 있게 마련. 그래서 물타기를 할수록 손실이 커지는 경우가 많다.

 B씨는 무려 60개 종목을 보유했다. 지인이나 전문가 추천을 받으면 귀가 솔깃해 일단 샀다. 그저 “느낌이 좋아서” 산 것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절대 금물. 그중 몇몇이 사고를 쳐 전체 수익률을 망칠 수 있다. 이남룡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투자 고수는 한 시점에 잘 아는 종목 5~10개만 투자한다”고 했다.

 C씨는 세 종목에서 50% 이상 손해를 봤다. 그는 “10년, 20년 갖고 있으면 언젠가 본전이 될 것”이라며 계속 갖고 있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기다리는 사이에 다른 데 투자해 올릴 이익을 놓치는 것. 대체 투자처를 찾는 게 정석이다.

 삼성증권과 별도로 미국의 금융전문매체 마켓워치는 ‘투자자가 저지르기 쉬운 12가지 잘못’이란 이름의 칼럼을 최근 게재한 바 있다. 미국 금융정보회사 민얀빌의 토드 해리슨 최고경영자(CEO)가 쓴 글이다. 대표적인 오류가 ‘끼리끼리(in-group) 성향’이다. 트위터 같은 것을 통해 비슷한 투자 성향을 가진 이들만 서로 정보를 교환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자신에게 불리한 정보에 귀를 닫고, 자신들의 잘못된 판단이 옳다고 여기는 함정에 빠질 수 있다.

 ‘관심 편향 오류’도 있다. 예컨대 부인이 임신을 했을 때 거리에서 부쩍 임신부가 많이 눈에 띄는 것 등이다. 스스로 관심이 높아져 눈에 잘 들어올 뿐인데도 마치 실제 사회·경제가 바뀐 것처럼 느끼게 된다. 투자자 역시 비슷한 경험을 한다. 주변 여건을 살펴 향후 특정 종목이 유망하다고 나름대로 결론짓고 나면, 증권사에서 자신과 비슷한 견해의 분석 보고서를 많이 쏟아내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 밖에 늘 같은 몇몇 종목만 매매를 하면서 시장 주도주를 외면하는 태도, 그리고 항상 부정적인 뉴스에 더 큰 신경을 쓰면서 손실을 볼까 노심초사 하는 것 등도 바람직하지 않은 자세로 지적됐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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