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히든 챔피언의 나라 되려면 규제 더 철폐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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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엘 푹스 독일 집권여당 부대표는 11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중소·중견 기업을 육성하려면 더욱 강력하게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올 하반기부터는 유로존 경제가 점차 살아나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종택 기자]

“한국도 중소·중견기업들이 경제의 주축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선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 특히 세제와 세무행정을 간결·투명하게 해야 한다.”

 독일 집권 여당인 기독민주·기독사회당 연합의 부대표인 미하엘 푹스(64) 의원이 11일 방한했다. 중앙일보와 세계경제연구원이 공동 주최하는 ‘중견기업 육성: 독일의 경험에서 배운다’ 국제 콘퍼런스에서 12일 특별 연설을 하기 위해서다. 중견기업을 직접 경영하기도 했던 푹스 부대표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경제 브레인으로 집권당의 경제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인물이다.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 여장을 푼 직후 기자와 만난 푹스 부대표는 “기업인 때 무역을 위해 한국을 자주 방문했었다”며 “북한의 전쟁 위협에도 한국 사회와 경제가 전혀 동요하지 않는 이유를 나는 잘 안다”고 말했다.

 -남북 긴장으로 개성공단까지 잠정 폐쇄됐다.

 “나도 소식을 듣고 안타까웠다. 하지만 결국 잘 수습될 것으로 본다. 국제연합(유엔)을 필두로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북한에 허튼 행동을 하지 말도록 경고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여기에 가세하고 있는 게 긍정적이다. 독일도 베를린 주재 북한 대사관을 통해 엄중한 메시지를 보냈다.”

 -유로존 의 재정위기는 언제나 해결되나.

 “올해도 힘든 시간이다. 유로존 전체로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본다. 하지만 점차 희망이 엿보인다. 포르투갈·스페인·이탈리아 등 남유럽 국가들이 제품과 서비스의 가격 경쟁력을 찾아가고 있다. 재정 개혁의 고통을 좀 더 견디면 경제가 살아나기 시작할 것이다. 바닥을 찍는 시점은 올 하반기께가 될 것으로 본다.”

 -독일이 남유럽 국가들을 돕는 데 소극적이란 지적이 나오는데.

 “독일이 유럽연합과 유로화의 혜택을 크게 보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안다. 만약 유로화가 없었다면 지금 독일 경제는 옛 마르크화의 가치가 치솟아 큰 고통을 받고 있을 게 뻔하다. 독일은 유로존의 일원으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 할 것이다.”

 -오는 9월의 독일 총선이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메르켈 총리가 재집권하나.

 “우리가 반드시 이긴다. 메르켈이 워낙 잘하고 있고 이렇다 할 경쟁자도 없다. 방금 문자가 왔는데, 여론조사에서 여당이 크게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왔다. 메르켈이 재집권하면 유럽에서의 독일 리더십이 강화될 것이다. 메르켈은 박근혜 대통령과도 절친하다. 한국과 관계도 계속 좋아질 것이다.”

 -독일은 ‘히든 챔피언’이라 불리는 중견기업들의 나라로 통한다. 중소·중견기업이 쑥쑥 크는 비결은 뭔가.

 “역사적 배경이 있다. 독일에는 5~8명의 기술자들이 모이면 기업을 만드는 소기업 문화가 뿌리 깊다. 이들 기업이 기술력을 무기로 성장하면서 글로벌 틈새시장의 톱 랭킹에 오르고 있다. 정부는 이들이 자유롭게 사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다.”

 -한국의 새 정부도 창조경제를 표방하며 중소·중견 기업 육성 의지를 피력했는데.

 “한국도 해낼 수 있다고 본다. 한국의 기업인들은 도전적이고 창의적이다. 이미 놀라운 수준의 국제 경쟁력도 갖췄다. 한국 기업이 애플에 맞서 싸우리라고 누가 예상했겠는가.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정부가 이를 북돋워준다니 고무적이다. 관료주의와 규제를 계속 철폐해 나가야 한다. 기업들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글=김광기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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