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레이를 들여다보면 그 사람의 인생이 보인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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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장이는 구두로 사람을 판단하고 양복장이는 양복을 보고 사람을 판단한다. 의사는 엑스레이로 사람을 본다. 엑스레이 사진은 병의 이력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지층처럼 켜켜 쌓여온 그 사람의 인생 이력까지 보여준다.

"고생을 많이 하셨군요."

"참 곱게 사셨네요."

"나이 칠십에 보기 드문 무릎입니다."

어려서 부러졌다가 붙은 뼈, 결핵을 앓은 자국, 석회화가 진행된 임파선 꾸러미, 담낭 수술 때 받은 뱃속의 클립이며, 머릿속 코일이며, 이런 질병의 흔적 외에도, 배가 나왔는지, 등이 굽었는지, 자세는 바른지, 무릎은 얼마나 닳았는지, 치아가 몇 개나 남아 있는지, 성장판은 얼마나 열려 있는지......엑스레이 투시를 통해 숨김없이 드러난다. 지나온 세월과 앞으로의 시간이 함께 보인다.

"아직 키가 더 크겠구나."

이런 얘기에는 아이와 부모가 함께 좋아한다.

한편, 나이가 들수록 개인차는 점점 더 현격하게 드러난다. 가끔은 같은 나이의 사람이더라도 엑스레이에서는 몹시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다음 사진을 보자

(같은 37세의 모습)

같은 37세의 나이다. 한쪽은 척추 곡선이 날렵하게 살아 있지만, 다른 한쪽은 배가 나오고 여기저기 살이 붙고 척추 곡선이 뻣뻣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네가 95년도에 먹은 핏자를 알고 있다. 그건 바로 요기 옆구리에 지방이 되어 붙어 있구나.'

(같은 71세의 모습)

한편, 71세의 한쪽은 척추 곡선이 직선처럼 되어버렸으나 마디마디가 아직 온전하다. 다른 한쪽은 등이 앞으로 굽고 군데군데 압박골절을 앓은 흔적이 보인다.

어느 삶을 살겠는가? 전적으로 자신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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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박사 기자 osgirl@korea.com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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