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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의료원, 직원·가족 의료비 80~90% 감면 특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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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폐업 절차가 진행 중인 진주의료원. [뉴시스]

진주의료원 신경외과에 장기 입원했다가 2010년 12월 퇴원한 진주의료원 직원 K씨가 받은 명세서에는 의료비 본인부담금으로 1471만여원이 찍혀 있었다. 하지만 그가 실제로 지불한 돈은 213만8000원이었다. 단체협약에 따라 본인부담금의 85.5%를 감면받았기 때문이다. 2011년 11월 재활의학과에서 치료받은 직원 가족 R씨도 의료비 278만8600여원 가운데 94.6%를 감면받아 14만9700여원만 납부했다.

 이 사실은 진주의료원의 내부자료인 ‘2010년 이후 진료비 감면내역과 사유’에 들어 있는 내용이다. 의료원 직원이나 가족에 대한 감면혜택은 2011년 1월 체결된 단체협약 44조의 4개항 규정 덕분이다. 의료원 내규로는 50%를 감면해주게 돼 있었으나 단체협약으로 80∼90% 이상 감면이 가능하도록 별도 규정을 만든 것이다. 이 비율은 지난해 5월 경영개선계획 협상에서 내규대로 50%만 적용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 밖에도 단체협약에는 노조의 권한을 대폭 강화시켜주는 조항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입수한 협약문에 따르면 의료원장이 인사를 할 경우엔 사전에 인사이동 명단을 노조에 통보해야 한다. 특히 과장급(팀장) 이상 간부를 채용하거나 부서 간 인사인동(직종변경)을 할 때에는 노조와 합의하도록 돼 있다. 징계위원회는 노사 동수로 하고 해임·파면·면직 등은 위원 3분의 2 이상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토록 돼 있어 노조의 동의 없이는 징계가 불가능하다. 또 용역·위탁 계약을 할 때도 노조와 합의해야 하고 예산수립 과정에도 노조 참여를 보장하게 돼 있다.

 경남도 관계자는 “진주의료원 노조는 단체협약 조항을 근거로 의료원의 인사·경영 전반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진주의료원장을 지낸 한 인사는 익명을 조건으로 한 본지와의 인터뷰(본지 4월 9일자 8면)에서 “규정이나 관행을 뭐 하나 바꾸려 해도 일일이 노조와 합의를 해야 하니 될 리가 없다”며 “단체협약을 보니 사용자의 항복문서나 다름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권용 보건의료산업노조 부위원장은 “단체협약은 상급단체인 보건의료노조와 지부의 자율교섭에 의해 마련하고 이사회 승인을 받은 것이어서 산하 27개 지방의료원 노조의 단체협약은 대동소이하다”고 말했다.

 한편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은 10일 진주의료원을 방문해 노조 간부들을 만난 자리에서 “의료원을 정상화해 지방의료원 역할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진 장관은 이어 경남도청에서 홍준표 지사를 만나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찾아주기 바란다”며 정상화 의지를 보였다. 이에 대해 홍 지사는 “의료원 문제는 지방사무로 국가가 관여할 사안이 아니며 관여하려면 국립으로 전환하고, 그냥 두려면 500억원의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남도는 폐업의 수순으로 이달 15일까지 직원들의 명예퇴직과 조기퇴직 신청을 받는다고 밝혔다.

창원=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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