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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고양이를 사랑한다' 나더러 어쩌라고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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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의 작가 이수진씨는 “개개인의 취향을 존중해달라는 주장을 담은 소설이다. 누군가에게는 통쾌함을, 누군가에게는 반성의 기회를 주는 작품이었으면 한다”고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하고 싶은 마음이 쏠리는 방향. ‘취향(趣向)’의 사전적 의미다. 커피 하나를 봐도 그렇다. 블랙 커피냐 카라멜 마키아토냐, 그것이 문제다. 또 개냐 고양이냐처럼 선택의 수가 무궁무진하다 보니 ‘나의 취향’과 ‘타인의 취향’ 사이에는 마찰이 빚어지게 마련이다.

  특정 개인의 호·불호에 대해 비판이 쏟아질 때 요즘 사람들이 방패처럼 꺼내 드는 것이 바로 ‘취존’이다.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의 줄임말이다. ‘취존’은 온라인에서 널리 유통되며 다양성 에 대한 존중을 요구한다.

 중앙일보와 웅진씽크빅이 함께하는 제4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웅진지식하우스)는 이 ‘취존’에 대한 이야기다. 소설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취향의 차별과 그 폭력성을 코믹하면서도 진지하게 그려내고 있다. ‘취향의 민주주의’를 부르짖는 작가 이수진(26)씨의 도발적 선언이자 ‘취향의 선민의식’에 젖어있는 이들에게 던지는 유쾌한 죽비다.

 주인공 한은 고양이 애호가인 여자친구 홍에게 일방적으로 차인다. 여자친구를 찾으러 들렀던 애묘인(愛猫人) 모임에서 온갖 냉대와 질시를 겪은 그는 ‘클럽 안티 버틀러’ 회원이 된다. 여기서 버틀러(집사)는 자기와 취향이 다른 사람을 소외시키는 사람, 즉 고양이 열혈팬을 칭한다.

 한을 비롯한 일당들은 애묘인의 지지를 받아 대선후보로 나선 장국태를 낙선시키기 위한 다소 황당한 미션을 세우고 이를 실행에 옮긴다. 취향의 다양성을 보장하라는 그들의 목소리는 전국에 방송으로 생중계되는데….

 소설은 거창하게 말하면 기호, 혹은 취향의 배타성과 폭력성에 대한 천착이다. 또 사소하게 말하자면 어그러지고 깨진 사랑에 대한 탐구다. 취향을 둘러싼 갈등이 가장 첨예하게 증폭되는 순간은 연애를 할 때라는 게 설명이다.

 “혼자 있을 때는 취향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아요. 누군가와 같이 있을 때, 관계 속에 놓일 때 문제가 생기죠. 취향의 문제가 극단적으로 커지는 상황이 바로 연애에요. 내가 좋아하는 것을 공유하고 싶고 나누고 싶어하는 감정이 커지며 마찰이 생기기 시작하니까요.”

 하지만 취향은 바꿀 수 없다고 이씨는 잘라 말한다. 취향이 그 사람이기 때문이다.

 “내 취향이 좀 ‘쌈마이’같고 ‘싼티난다’는 생각에 잘 모르는 음악을 듣고, 잘 모르는 작품을 읽고, 잘 모르는 그림을 보러 다니는 등 안달복달했어요. 그런데 아니더라고요. 취향은 훔칠 수 없고 개발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되면서 오히려 편해졌어요.”

 그럼에도 사람들이 자신의 취향을 세련되게 만들고 포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취향이 없을수록 취향에 대한 절실함이 있는 듯해요. 저처럼요. 취향이 없으면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나를 보여줘야 하지만 취향이 분명하면 이런 과정을 생략할 수 있잖아요. ”

 이씨는 “정신적 소외자를 대변하는 소설”이라고 했다. 취향이 없고 평범하다는 이유로 무시당하는 장삼이사에 대한 즐거운 위로를 보내고 싶다고 했다.

 사실 자신의 현재에 대한 사랑과 있는 그대로의 상대방 인정, 세상의 온갖 철학과 종교가 누누이 설파해온 게 아닌가. 젊은 작가 이수진의 발랄한 상상력 덕분에 이 봄철이 더욱 신나게 다가온다. ‘지금 여기’ 청춘들의 좌절과 사랑을 담은 영화로 만들기에도 전혀 모자람이 없어 보인다.

글=하현옥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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