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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도 한국처럼 북한 위협에 침착…미국 있기에 도발 가능성 낮게 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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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아베노믹스 성공을 위해 일본이 우경화하진 않을 거라는 커티스 교수. [김경빈 기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이기면 강경파의 본색을 들어낼 거란 전망은 옳지 않습니다.”

 미국의 대표적 일본전문가인 제럴드 커티스(73) 컬럼비아대 교수는 10일 아베 총리가 철저한 실용주의자라며 이렇게 말했다. “우경화 정책을 펼 경우 이제 막 궤도에 오른 아베노믹스를 망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동아시아재단과 세계경제연구원 등 국내 싱크탱크에서 연설하기 위해 방한한 커티스 교수를 만나 아베 정부의 대외정책과 한·일 관계 등에 대해 들었다.

 - 그간의 아베 정권을 평하면.

 “아베 총리는 6년 전 집권했을 때와 같은 인물인가 의심될 정도로 딴사람이 됐다. 후임 총리인 고이즈미는 아베에 대해 ‘단기적 시각을 갖고 일을 하다 실패했다’고 비판한 적이 있는데 지금은 달라졌다. 아베는 대담한 금융정책, 유연한 재정 지출, 민간 주도의 성장전략이라는 ‘세 개의 화살’로 경제 활성화에 성공했다. 이 덕에 일본인들의 시각과 행동도 바뀌었다. 관건은 이런 성장기조가 장기적으로도 유지돼야 한다는 거다.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려면 농업 및 연금 개혁처럼 고통이 따르는 정책을 성공시켜야 한다.”

 - 최근 북한이 조성한 위기 상황이 일본의 우경화를 부추기지 않을까.

 “현재 쏟아지는 북한의 위협이 강경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협박은 과거에도 늘 있어왔다는 점을 일본 정치인들도 잘 안다. 아주 최근 아베 총리를 비롯한 일본 정치인들을 만났는데 이들 모두 한국 고위층처럼 침착하고 냉정했다. 일본도 한국처럼 북한의 도발 가능성은 낮게 본다. 무엇보다 동맹국 미국이 버티고 있지 않은가. 만약 북한이 핵무기를 쓴다면 이는 곧 자살을 의미한다. 일본인들 대부분이 이렇게 생각하는 이상 북한의 위협이 일본의 군국주의화로 이어질 공산은 낮다.”

 - 아베가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이기면 선거공약대로 헌법 개정 추진과 함께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지 않을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럴 경우 아베노믹스가 위태롭게 된다. 아베는 무척 현실적이고 실용적이다. 헌법 개정 논란이나 영토 분쟁을 일으키면 정치적 에너지를 이쪽으로 쏟아야 한다. 괜한 일을 일으켰다는 야당과 여론의 비판도 쏟아질 것이다. 아베노믹스를 성공시키는 것만으로도 벅찰 것이다.”

 - 아베 등장 후 서먹해진 한·일 관계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아베가 실용주의자임을 명심하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게 좋다. 한국에 대한 일본인의 인식은 옛날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무척 호의적이다. 자연히 함께 일할 분야가 많아졌다는 시각도 확산됐다. 독도, 위안부 문제처럼 양국 관계를 악화시키는 사안보다는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분야에 초점을 맞추는 게 바람직하다. 다만 독도 분쟁의 경우 실효 지배 중인 한국으로선 급할 게 없지만 위안부 문제는 다르다. 시간이 갈수록 생존 위안부 할머니들은 점점 줄어든다. 그렇게 되면 이 문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직접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이 문제는 빨리 해결되는 게 옳다.”

글=남정호 순회특파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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