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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뚝’ 우선주, 투자 매력 ‘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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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거래 잘 안 되는 주식, 존재감 없는 주식’. 투자자가 우선주에 대해 갖고 있는 일반적인 인식이다. 그런데 요즘 ‘우선주를 다시 보자’는 목소리가 자주 나온다. 가격이 하락한 데다 한국 기업의 투명성이 높아짐에 따라 재평가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우선주는 의결권이 없는 대신 보통주보다 많은 보상(주로 배당)을 주는 주식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기존 주주의 경영권은 보호하면서 자금을 쉽게 조달할 수 있어 발행한다. 종목 이름 뒤에 ‘1우’라고 붙은 것은 구형 우선주다. ‘1우B’ ‘2우B’처럼 B자가 붙은 것은 신형 우선주임을 나타낸다. 1996년 이전에 발행됐느냐 이후에 발행됐느냐에 따라 신형과 구형으로 나뉜다. 신형 우선주는 최저배당률을 보장한다. 발행하는 기업 입장에서 보면 미리 정한 이자를 주는 채권(bond)과 비슷하다. 그래서 ‘B’자가 붙는다.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우선주는 보통주 배당금에 액면가 기준 1%, 즉 액면가가 5000원일 경우 50원을 더 주는 것이 대부분이다.

 우선주에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값이 워낙 싸서다. 우선주가 싼지 비싼지를 판단하려면 보통주 가격과 비교한다. 10일 종가 기준 삼성전자 보통주는 152만1000원이다. 삼성전자 우선주는 88만6000원으로 보통주의 58%, 즉 거의 반값에 거래되고 있다.

 10일 한국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시가총액 상위 50종목 기준 우선주 주가는 보통주의 35.4%까지 내려왔다. 평균 40% 선에서 거래됐음을 감안하면 저점에 가깝다. 우선주는 90년대 초반에는 보통주의 75%에 거래되기도 했고, 2005년 전후로는 65% 선을 유지했다. 한때 25% 수준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98년 외국인 주식 투자자에게 허용되는 지분율이 높아지면서 적대적 인수합병(M&A) 우려가 커져서다.

 아무리 값이 싸도 앞으로도 안 오른다면 투자 매력도 없다. 이에 대해 이훈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새 정부 경제민주화 정책의 덕을 우선주가 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일감 몰아주기 금지, 공적 연기금의 의결권 강화, 다중대표소송과 집중·전자투표 도입 등이 경제민주화 정책 과제에 포함됐는데 이는 소액주주의 권익과 기업 투명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이 애널리스트는 “새 정부의 강력한 경영 투명성 확대 정책은 의결권 프리미엄을 확 줄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우선주가 재평가받을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외에서는 우선주가 보통주 가격의 63~98% 선에서 거래된다. 유독 한국시장에서 우선주 값을 낮게 쳤던 이유는 낮은 기업 투명성이다. 대기업집단의 대주주들이 일감 몰아주기로 비상장 계열사 가치를 키우고, 순환출자를 통해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투명성이 낮을 때 소액주주가 대주주의 의사결정에 대항할 수 있는 수단이 주주총회를 통한 의결권 행사다. 그만큼 ‘의결권 프리미엄’도 높을 수밖에 없었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 저금리 시대에 들어선 것도 우선주의 매력을 높인다. 보통주 가격의 35%에 불과한 우선주는 똑같이 배당을 받아도 수익률은 훨씬 높다. 한투증권에 따르면 우선주 중에서 시중금리보다 높은 연 2.85% 이상의 배당을 하는 주식은 39개다.

 전문가 중에는 꾸준히 우선주의 가능성에 주목하는 ‘우선주 매니어’도 있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전무가 대표적이다. 허 전무도 “올 2분기 이후 보통주에 비해 저평가돼 있는 우선주가 주목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는 우선주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 ‘신영밸류우선주’도 운용한다. 2월 기준 이 펀드가 투자를 많이 한 5개 종목은 삼성전자우, 현대차우, 삼성화재우, LG화학우, CJ우 등이다.

 우선주는 거래량이 적어 유동성이 떨어질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너무 규모가 작은 종목은 피하는 편이 좋다. 한국투자증권 이 연구원은 “우선주 투자를 고려할 때는 배당수익률, 밸류에이션(보통주와의 주가 차이), 시가총액, 재무구조의 안정성 등을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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