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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병영 행복한 군대] 바다의 사나이들 책 속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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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책과 함께 하는 바다의 사나이들-. 본지와 '진중 도서관 건립 국민운동'이 함께 군 병영 내 도서관을 마련해 주는 사업이 첫 결실을 맺었다.

수혜 부대는 경기도 평택에 자리잡은 해군 2함대 내 전투전단 본부.

2함대는 해상의 DMZ인 북방 한계선부터 전라남북도 경계선까지 5백여개 도서를 포함하는 서해 7만5천㎢의 수호를 책임지고 있으며, 전투함정 40여척을 보유하고 있는 전투전단은 2함대의 주력 부대다.

그동안 전투전단 소속 2천5백여 장병들이 읽을 수 있는 책은 함정 내 식당에 마련된 간이문고가 고작이었다.

국방부에서 1년에 열권씩 내려보내는 신간으로 신세대 장병들의 독서 욕구를 만족시킬 수는 없었을 것이다. 장병들이 휴가나 외박에서 복귀하면서 책을 들고오는 것이 더 큰 도서 보급 루트였다.

때문에 28일 오전 전단본부 앞마당에서 진행된 '전단 도서관' 개관식은 부대 지휘관들과 장병 모두에게 큰 뉴스거리였다.

서해의 칼바람은 매섭게 몰아쳤지만 행사를 준비하는 장병들의 표정은 밝았다.

배형수 전단장(준장)은 "큰 선물을 받았다. 귀하게 쓰겠다"며 고마워 했고, 국민운동 이동희 공동대표는 "이순신 장군은 평소 책을 즐겨 읽었고 밤에는 일기를 썼다. 그런 해군의 전통을 이어달라"고 주문했다.

이번에 전달된 책은 모두 3천60권이다.

병영 내 도서관을 마련해주는 사업이 본지(1월 24일자)에 소개된 후 출판사 열린책들에서 8백여권의 신간을 선뜻 기증하는 등 자발적인 도움의 손길들이 모아진 결과다.

김영사.북하우스.문학동네.문학과 경계.중앙생활경제사.청어 등이 책들을 내놓았다. 대부분 출간한 지 1년이 안된 신간들이다.

전단본부가 서둘러 마련한 대여섯평 크기의 도서관은 번듯하게 구색을 갖췄다. 두줄 서가(書架)가 책들로 빼곡하고 대출 관리를 위한 컴퓨터도 들여놓았다.

장병들의 독서 욕구, 도서관 건립에 따른 만족감 등은 전투전단에서도 어김없이 확인된다.

"한달 평균 책 세권은 읽는다"는 구기혁(22)병장은 "보내주신 책들 중에 좋아하는 움베르토 에코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들이 많아서 서가를 쳐다보기만 해도 즐겁다. 다음달 전역하는 게 아쉬울 정도다. 조급해 하지 않고 남은 한달 동안 부지런히 봐야겠다"고 말했다.

서명원(22)상병은 "학교를 다닐 때는 책을 거의 읽지 않았다. 하지만 입대한 후 사정이 바뀌었다. 정신과 육체가 모두 힘들다 보니 오히려 사색하는 시간이 늘게 되고 할 수 있는 게 독서밖에 없다 보니 자연 책을 자주 찾게 된다"며 '사병 독서론'을 펼쳤다.

서상병은 이어 "도서관을 마련해준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는 기껏 헌책 몇권 가져다 주겠거니 생각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신간들 뿐이어서 놀랐다"며 "제대할 때까지 이 책들로 충분할 것 같다"고 즐거워 했다.

김웅 2함대 정훈공보실장(소령)은 "갑작스레 너무 많은 책을 받아 도서관을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구체적인 방안을 아직 마련하지 못했다. 2함대 내에는 무인도의 전탐감시대에서 근무하는 장병들도 있다. 전단 도서관 소장 도서를 그런 격오지 부대에도 대출해 줘 돌려보는 방법을 마련해 보겠다"고 말했다.

평택=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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