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지침 하달이 정무수석 임무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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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려고 꼭두새벽부터 의원들을 불러냈나.” “국회 국토해양위 의원들이 부동산 대책을 신문을 보고 안다는 게 말이 되나.”

 새누리당 초선 의원들이 3일 청와대의 소통 부재를 지적하며 쓴소리를 쏟아냈다. 청와대 이정현 정무수석과 김선동 정무비서관 초청 조찬간담회에서다. 간담회는 새누리당 초선 의원들의 정책개발 모임인 ‘초정회’가 주선했다. 당과 청와대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정무라인의 책임자를 부른 것이다. 청와대와 여당 초선 의원들의 대화 자리가 마련된 건 처음이다.

 이 수석은 “(소통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을 달게 받겠다. 앞으로는 당·청 간에 소통을 강화하도록 시스템을 고쳐나갈 테니 의원들이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여기에 오는 것을 대통령에게 다 보고드렸고 대통령은 ‘국회를 존중하고 소통에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그러나 초선 의원들의 발언이 이어지면서 분위기는 냉랭해졌다. 20여 명의 의원은 돌아가며 청와대의 소통 부재를 꼬집었다.

 이에 대해 이 수석은 “박 대통령은 본인이 5선 의원이라서 국회가 중요하다는 걸 잘 안다. 게다가 워낙 국내외 네트워크가 탄탄해 안보·외교 부문에서 훌륭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권이 출범한 지 며칠 안 됐는데 어떻게 다 잘할 수 있겠는가”라며 양해를 구했다.

 그러자 한 의원은 “정무수석이라는 자리는 당의 의견을 대통령에게 잘 전달하는 역할을 해야지 대통령의 지침을 그대로 하달하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국토위 소속 조현룡 의원은 “정부가 1일 부동산 대책을 내놨는데 소관 상임위 의원들은 얘기 한마디 들은 게 없다”며 “정부와 상의했더라도 의견 한마디라도 있느냐고 물어봤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이날 모임에 나왔던 친박 실세로 꼽히는 최경환 의원은 이 수석의 강연이 끝난 뒤 별도로 발언 기회를 갖고 “청와대가 당과의 소통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며 이 수석에게 “심기일전해 잘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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