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윤진숙 해수부 장관 후보 임명 심사숙고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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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여러 가지 일이 벌어졌던 박근혜 정부의 공직자 인사청문회 중에서도 이런 난감한 경우는 처음이다. 2일 열렸던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를 두고 하는 말이다. 윤 후보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모래밭 속에서 진주처럼 발굴했다’던 인물이다. 한데 후보 지명 후 44일 만에 열린 청문회에 그는 자신이 맡을 분야에 대해 기본적인 업무조차 파악하지 못한 황당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는 해양 관련 기본 사안인 국내 어업 GDP 비율이나 한국과 중국의 수산물 생산량 차이 등에 대한 질문에도 웃음으로 얼버무리거나 “잘 모르겠다” “대강 읽어봤는데 숙지하지 못했다”는 등 무성의하고 자신 없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이런 문제는 해당 부처 담당자들이 이미 서면 답변용으로 준비해 준 자료만 검토했어도 저절로 알게 되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마저도 제대로 못한 것이다. 전문성과 리더십 부족은 둘째치고 장관직을 수행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이에 여당 의원들조차 자질 부족을 개탄하고, 청문회 보고서 채택은 난항을 겪고 있다.

 윤 후보자는 지방대 출신으로 직장생활을 하며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해양환경 분야에서 연구업적을 쌓았다. 연구인으로서 ‘의지의 한국인’으로 칭찬받을 만한 인물이다. 또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봉양하며, 청렴하고 착실하게 살아온 존경할 만한 생활인이기도 하다. 이에 여야 의원 누구도 그의 도덕성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해수부는 이명박 정부 때 폐지됐다가 5년 만에 부활하는 부처다. 해수부 장관은 해양강국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해양·항만과 수산 분야를 유기적으로 연결시켜야 하는 등 산적해 있는 정책적 난제를 해결하고, 본청과 외청을 합쳐 1만4000여 명이나 되는 방대한 조직을 이끌어야 한다. 그만큼 전문성·리더십·의지가 요구되는 자리다. 물론 보고서 채택 여부와 관계없이 대통령은 그를 임명할 수 있다. 하지만 그가 이런 중요한 부서의 장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대통령과 본인을 비롯한 관련자 모두가 다시 한번 심사숙고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