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미술 품은 명품의 고향 ‘구찌 무제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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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피렌체에 위치한 구찌 박물관 외관.

이탈리아 문예부흥의 본산인 피렌체는 명품 브랜드의 고향이기도 하다. 문화·예술을 적극적으로 후원한 이 지역의 명문 재력가 메디치 가문의 소용에 닿는 최고 품질 제품이 이 지역을 중심으로 생산됐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브랜드 구찌도 피렌체에서 태어났다. 피렌체 시내 한복판 두오모 광장에서 몇 걸음 떨어진 곳에 있는 시뇨리아(Signoria) 광장. 피렌체 시청사와 내로라하는 명품 브랜드 매장이 광장을 둘러싸고 있다. 광장 둘레의 웅장한 건물 중 하나는 ‘구찌 박물관’이다. 이탈리아 말론 ‘구찌 무제오(Gucci Museo)’다. 2011년, 브랜드 창립 90주년을 기념해 지금의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연중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시뇨리아 광장의 명소, 구찌 박물관은 한 브랜드의 지나간 유산을 보여주는 공간에 머물지 않는다. 파트리치오 디마르코 구찌그룹 최고경영자는 2011년 박물관 개관 행사에서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프리다 지아니니가 2009년 처음 아이디어를 냈을 때부터, (우리는) 박물관이 좀 달랐으면 했다”고 밝혔다. 그가 언급한 다른 점은 “너무 지적(知的)이지 않고 현대 미술까지 아우르는 그런 공간”이란 뜻이었다.

구찌를 소유한 케어링(Kering) 그룹의 대표는 프랑수아 피노 회장이다. 그는 현대 미술계의 큰손이자 가장 영향력 있는 미술계 인사로 꼽힌다. 그는 피노 재단을 통해 방대한 양의 걸작 현대 미술품을 보유 중이다. 구찌 박물관의 현대 미술 전시 공간은, 피노 재단의 협력으로 일반인이 쉽게 접할 수 없는 현대 미술품의 단골 나들이 장소가 됐다. 올 초 시작한 ‘신디 셔먼(Cindy Sherman) 초기작 전시’도 마찬가지다. 6월 9일까지 이어지는 이 전시는 사진가·영화감독인 셔먼의 대학생 시절 작품 등을 공개한다. 자신을 모델로 삼은 사진, 단편 영화로 잘 알려진 셔먼의 초기 작품들이 대중에 공개되기는 처음이다.

미술에 관심 없는 사람이라도 구찌 박물관을 즐길 수 있다. 건물 앞쪽 광장으로 이어진 박물관 카페는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젊은 공간이다. 출판사 리졸리와 함께 운영하는 서점, ‘gucci museo’로고가 새겨진 향수·달력 등 이곳에서만 살 수 있는 각종 기념품을 모아놓은 상점도 함께 있다.

강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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