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 경제] Q 주주총회서 무엇을 하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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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일러스트=강일구]

Q 지난달 신문에선 정기 주주총회 소식이 봇물을 이뤘습니다. 주총에서 대표이사가 새로 선임됐다거나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주주들끼리 표 대결을 해서 한쪽이 이겼다는 뉴스도 있었습니다. 주총은 도대체 무엇이고, 주총에서 어떤 일을 결정하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A  주주총회는 말 그대로 회사의 주식을 갖고 있는 주주들이 한곳에 모여 여는 회의입니다. 보유한 주식 수에 따라 영향력은 다르지만 주주는 모두 회사의 주인입니다. 이런 주인들이 모여 회사의 중요한 사안을 결정하는 것이 주주총회입니다. 매번 수많은 주주가 한자리에 모일 수 없기 때문에 평소에는 이사회에서 중요한 결정을 합니다. 그러나 회사의 연간 결산에 대한 승인, 회사 운명이 걸린 중요한 일은 주총에서 결정합니다. 그래서 주총은 주식회사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입니다.

 3월에 주총이 몰리는 것은 12월 결산법인이 많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는 12월이면 한 해가 끝난다고 생각하지만 기업의 ‘사업연도’는 통상적인 달력과 차이가 있습니다. 어떤 기업은 4월에서 이듬해 3월까지를 사업연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증권·보험사 일부가 3월 결산법인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시간 개념에 맞춰 1~12월을 사업연도로 삼습니다. 이런 12월 결산법인은 약 2개월간 이전 연도의 사업·자금 상황을 정리한 장부를 만들어 주주에게 보고합니다. 이렇게 연간 사업을 정리하는 주총을 정기 주총이라고 합니다. 정기 주총은 결산일로부터 90일 이내에 반드시 열어야 하기 때문에 주로 3월에 열립니다. 정기 주총 외 임시로 주총을 열기도 합니다. 기업 인수합병(M&A)처럼 주주들이 모여 당장 결정해야 할 중대한 사안이 발생했을 때 주로 열립니다. 증권시장에서 주식이 거래되는 상장사의 경우는 지분 1.5% 이상을 가진 주주면 누구나 임시 주총 소집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주총에서 모든 것을 다루지는 않습니다. 그러려면 기업들은 매번 주총을 여느라 시간을 허비하게 되지요. 하지만 회사 운명이 걸린 중요한 사안은 반드시 주총을 열어 결정하거나 승인을 받도록 상법에 명시돼 있습니다. 주총에서 결정되는 사안은 크게 보통 결의사항과 특별 결의사항으로 나뉩니다. 보통 결의는 재무제표 승인이나 주식 배당률 결정, 이사·감사의 선임 등입니다. 보통 결의는 발행 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주주의 출석이 필요합니다. 또 출석(위임 포함)한 의결권의 과반수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안건이 통과됩니다.

 특별 결의는 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표결에 참여하고, 이 가운데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효력을 갖습니다. 이사·감사의 해임, 정관 변경, 영업의 양도, 자본의 감소 등이 주로 특별 결의사항입니다. 정관이란 주식회사의 목표·조직·경영 등에 관한 가장 기본적인 규칙을 정리해 놓은 것입니다.

 이런 각종 안건을 결정할 때 주주들은 주당 1개의 의결권을 행사합니다. 단 특정 회사 주식이 있더라도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선주가 대표적입니다. 우선주는 일반 주식에 비해 배당을 더 많이 받을 순 있지만 의결권이 없습니다. 주주가 주총에 참석할 수 없을 때는 위임장을 쓰고 대리인을 참석시킬 수도 있습니다. 주총에 가지 않는다고 해서 배당 등에서 불이익을 받지는 않습니다.

 주총을 둘러싼 논란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지분이 많은 주요 주주 뜻대로 주총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또 주총은 3월, 그중에서도 금요일에 집중되는데 ‘무더기 주총’으로 인해 소액주주나 시민단체 등이 주총 내용을 꼼꼼히 들여다보고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게 한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반면에 주요 주주가 아니면 주총에 무관심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주총에 나오는 주주는 대부분 주요 주주인 경우가 많습니다. 무관심한 주주로 인해 정족수 미달로 주총이 무산될 수도 있기 때문에 상법은 주총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섀도보팅(Shadow Voting·그림자 투표)’이라는 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주총에 참석하지 않은 주주의 의결권은 주총에 참여한 주주의 찬성·반대 비율대로 자동 계산하는 제도입니다.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전자투표를 하는 기업도 있습니다. 1996년 미국의 카메라 제조업체인 벨앤하웰이 처음으로 도입했습니다. 주총에 갈 수 없는 주주가 온라인을 통해 주총 안건에 대해 간편하게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입니다. 미국·일본에선 전자투표를 도입한 기업이 50~60%지만 한국에선 거의 없는 실정입니다. 그래서 전자투표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커지고 있습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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