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일본의 65세 정년, 남의 일이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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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일본이 엊그제 정년을 65세로 의무화하는 고령자고용안정화법을 시행했다. 1994년 60세 정년제를 시작한 지 20년 만에 다시 5년을 늘린 것이다. 급격한 고령화에 대한 국가적 고민의 결과물이다. 지금 추세대로 인구가 줄면 2030년 일본의 생산 가능 인구는 현재의 6650만 명에서 5700만 명으로 급격히 쪼그라든다. 그때쯤 되면 성장이 정체되는 수준을 넘어 아예 뒷걸음칠 것이란 암울한 시나리오가 많았다. 일본 기업들이 생산성 하락, 인건비 증가, 인사·노무 등의 어려움이 충분히 예상됨에도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정년 연장을 받아들인 이유다.

 우리는 일본보다 고령화가 더 빠른 나라다. 진지하게 정년 연장을 고민할 때가 됐다. 정년 연장은 경제의 기본 틀을 바꾸는 사회·복지 과제다. 우선 근로 생애 주기가 바뀐다. 한국 남자는 군대를 마치고 28세에 입사하면 평균 53세에 은퇴한다. 25년쯤 일하는 셈이다. 평균 25세에 입사해 65세에 은퇴해 40년간 일하는 유럽 선진국에 비하면 너무 짧다. 53세 은퇴 후도 문제다. 국민연금은 빨라야 61세부터 받게 된다. 최소 8년의 공백기가 생긴다. 이른바 ‘은퇴 크레바스(소득 공백기)’다. 정년 연장은 이런 공백기를 크게 줄여 고령 사회에 대한 공포를 덜어줄 수 있다.

 반면에 기업 입장에서 정년 연장은 일종의 ‘규제’다. 정년 연장으로 일본 기업들은 인건비가 매년 3000억 엔(약 3조5400억원) 더 늘어날 것으로 봤다. 그만큼 기업 짐이 늘 수밖에 없다. 임금 재조정이나 국가 지원 등을 통해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이 필요하다.

 물론 정년 연장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우리 기업의 정년은 평균 58.4세다. 그러나 이것도 다 못 채우고 나오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이제는 낡은 유행어가 돼버린 사오정, 오륙도 얘기가 괜히 나왔나. 청년층 취업을 가로막아 세대 갈등을 부추길 우려도 있다. 고용노동부는 2017년부터 단계적으로 정년을 60세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단순히 숫자 늘리기에 급급하지 말고 기업 부담이나 세대간 갈등을 풀고 줄여주는 ‘윈윈식’ 접근을 주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