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의 DMZ 방문 전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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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onesian singer Anggun
1952년 미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당시 전시 상황이던 한국을 방문했다.
부시 미 대통령이 비무장지대(DMZ)를 처음 방문하게 된다. 비무장지대는 남·북한을 나누는 경계선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군사력이 집중된 지역이다.

강경 발언에도 불구하고, 부시 대통령은 19일(현지 시각)에 있을 이 방문이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하기위한 계기로 활용되길 바라면서 동시에 북한과 오랫동안 화해를 시도해온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지지의 제스처를 보여주려는 것이다.

지난 반세기를 거치면서 미국 대통령들의 비무장지대와 주한미군 방문은 어느새 한국정부에 대한 지원과 확고한 침략응징 의지를 과시하려는 '일종의 의식(儀式)'으로 자리 잡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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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남한은 폭 2.5 마일(약 4km), 길이 151 마일(약 243km)의 비무장지대로 나뉘어져있으며 이 곳에는 지뢰와 철조망이 가득 차 있으며, 양 측에 거의 2백만에 육박하는 군사력이 대치하고 있다. 이 지역은 냉전의 흔적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다. 미국은 남한에 약 3만 7천명의 미군을 주둔시키고 있다.

한반도를 처음 방문한 미국 대통령은 아이젠하워였다. 1952년 방문했을 당시에 그는 대통령 당선자였고, 1960년 현직 대통령이던 때 다시 한번 방문했다.

그의 첫 번째 DMZ 방문은 그가 안전하게 워싱턴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비밀에 붙여졌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경비행기를 타고 폭탄과 네이팜탄으로 적진을 공격하고 있는 눈 덮인 전선의 전투부대를 방문했다. 언덕으로부터 폭발음이 메아리치자 그는 다급하게 물었다. "여기다 무엇을 투하하고 있는 건가?"

장교들은 그것이 적진을 공격하는 로켓탄의 폭발음이라고 설명했다.

그로부터 30년이 흐른 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지뢰가 가득한 이 한반도를 가로지르는 비무장지대에 과감히 발을 들여놓았다.

클린턴 대통령은 한국을 세 차례 방문했다. 1993년 그의 첫 번째 방문 때 한국전쟁 당시 포로 교환이 이루어졌던 '돌아오지 않는 다리'를 걸었고, 희미한 윤곽뿐이긴 하지만 쌍안경으로 북한군을 바라보기도 했다. "내가 그를 쳐다보자, 그도 나를 봤다. 나는 이쪽으로 건너오라고 손을 흔들고 싶었다." 라고 클린턴은 말했다.

당시 클린턴 대통령은 만약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그것은 북한의 종말을 의미할 것이다."라고 경고 했다.

클린턴이 마지막으로 이 지역을 방문해서 북한에 평화를 위한 '역사적 기회'를 잡으라고 촉구하던 98년에 비해, 현재는 훨씬 더 긴장이 고조된 상태다. 하지만 당시에도 클린턴 대통령은 북한의 핵무기 의혹을 '크게 우려'하고 있으며 '위험의 징조가 점차 커지고 있다'라고 미군에게 말한 바 있다.

민간연구기관 국제정책센터(CIP) 안보문제 전문가 셀릭 해리슨은 그간 비무장지대나 인근의 미군기지를 방문한 미 대통령들은 통상 북한을 겨냥, 마찰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는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는 경향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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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병들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삼엄하게 지켜지고 있는 비무장지대 넘어 서로 상대방의 눈을 응시하고 있다.
해리슨은 "DMZ에 서서 맞은편의 북한병력 배치를 바라보고 있다면 무언가 호전적인 발언을 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전에 조지 부시 전(前) 미국 대통령은 걸프전이 끝난 지 채 일년이 지나기 전에 DMZ근처의 미군 부대를 방문해, "92년 당시 우리의 군사력을, 우리의 수완을, 우리 군 장병들의 능력을 의심하던 이들은 사담 후세인 이라는 두 단어를 기억하라."라고 말했다.

해리슨은 현 부시 대통령이 남북관계의 긴장완화를 위해 발언수위를 완화해야하는 상황에서 자칫 강경한 발언을 할 경우 긴장을 확산시킬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헤리티지 재단의 동아시아 전문가 밸비너 황은 한국을 방문중인 부시대통령의 이번 비무장지대 방문은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고한 공약을 과시하고, 북한을 화해의 마당으로 이끌어내며, 또한 대통령 개인적으로도 이 지역의 상황을 더 잘 파악하기 위해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부시 미 대통령은 경의선 철도 복원 사업의 진척도를 보게 될 것이다. 이 복원 사업은 비무장지대 남단 1마일(약 1.6km) 지점에서 중단된 상태다. 남·북한은 2000년 6월 경의선을 복원 할 것에 합의를 이루었으나 북·미간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현재 교착상태에 빠져있다.

황은 "현장에서 직접 보고 느끼는 것은 보고서를 읽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그는 그곳에서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야말로 생생한 정보를 얻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녀의 이 발언은 1983년 당시 로널드 레이건 미 대통령이 최초로 비무장지대를 방문했을 때 백악관 대변인 래리 스픽스가 했던 말과 일치한다. 스픽스는 "공산주의 국가와 직접 대면한다는 것, 글자 그대로 비무장지대 너머 북한군과 눈을 마주 본다는 것은 레이건 대통령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라고 말했다.

"그것은 생생한 현실이었다."라고 그는 말했다.

(CNN) / 오병주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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