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굳어버린 촌로의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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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표정을 잃은 지 오래였다. 여간한 기쁜 일이나 살을 깎는 슬픔을 만나도 굳어버린 표정은 좀처럼 풀리질 않는다. 불란서의 호된 식민압제 아래 눈치로만 살아온 그들-. 인지전의 열풍이 「정글」을 뒤엎으면서 파리목숨처럼 스러지는 인명의 무상 앞에 「베트남」 사람들의 얼굴은 더욱 「무표정의 표정」을 굳혀왔다. 「게릴라」전에 휩쓸리면서 그들의 얼굴엔 핏기마저 탈색-. 쫓기며 밀리며 눈망울조차 멍청해져버렸다. 수복지구에 진주해 들어오는 한국군을 환영하는 이 촌로의 얼굴엔 한오라기 표정도 없다. 그저 쫓기는 전장에서 익힌 거수경례로 환영의 말을 대신할 뿐이다. 하지만 그들의 가슴엔 피맺힌 평화에의 염원이 도사려 있으리-. <사진=윤창규 특파원 글="장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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