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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실] '뷰티풀 마인드'의 감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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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정신분열증 수학자에 대한 영화라면 불면증 치료제 같은 영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러나 감독 론 하워드('아폴로 13,' 1995), 극작가 아키바 골즈만('클라이언트,' 1994), 아마데미상 수상자 러셀 크로('글래디에이터', 2000)가 참여한 '뷰티풀 마인드(A Beautiful Mind)'는 고통스런 역경에 대한 승리와 변치않는 사랑의 힘이라는 감동적인 주제를 어루만지는 강렬한 휴먼드라마다.

존 포브스 내쉬 주니어(아직 생존해 있다)의 실화에 바탕한 이 절절한 마음의 여정은 러셀 크로를 3년 연속 아카데미상 후보라는 영예를 안겨줄 것이 분명하다. 이야기는 1947년 웨스트버지니아주 출신의 신비스런 젊은 천재 내쉬가 프린스턴 대학에 입학하면서 시작한다. 그리고 1994년에 그가 노벨상 수상을 수락하면서 절정에 이른다.

내쉬는 천부적인 지능을 가졌지만 사교성이 부족하고 아이비 리그(미국 동부지역의 명문대)의 교육 방식을 견뎌내지 못한다. 그는 독창적인 개념을 발견하는 데 집착한다. 이것만이 자신의 삶을 의미있게 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의 프린스턴대 재학 시절 정신적인 도움을 주는 유일한 사람은 룸메이트 찰스 허먼(폴 베터니, '기사 윌리엄,' 2001)이다.

결국 내쉬는 1백50년 동안이나 인정 받아온 이론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경제 이론을 발전시킨다. 이 업적으로 그는 학계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미국 정부의 비밀 관리 윌리엄 파처(에드 해리스)의 주목을 받는다. 그 때는 냉전이 정점에 달하던 시기였고, 파처는 비밀리에 내쉬를 암호 해독가로 쓰기로 한다.

그러나 내쉬는 연약한 천재다. 그는 분열된 삶을 산다.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고 뒤섞인다. 이중적인 삶에 짓눌린 그는 점점 편집증적 망상의 수렁에 빠져든다. 내쉬가 자신의 정신분열적인 삶에서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아닌지 알아내려고 버둥거리면서, 이미 조각조각으로 분열돼 있던 내쉬의 세계는 완전히 부서져 버린다.

이 시기에 내쉬는(현재 MIT에 근무한다) 젊은 물리학과생 알리시아 라드(제니퍼 코넬리)를 만난다. 그리고 사랑에 빠진다. 그녀는 그의 껍질을 벗기고, 이후 그의 인생에서 다른 모든 것이 내쉬를 버릴 때 유일한 도피처가 되어준다. 내쉬는 오로지 자신의 의지력과 라드의 헌신으로 조금씩 하나의 현실로 돌아와 삶을 견뎌나갈 수 있게 된다. 단지 아름다운 지성만을 가지고 있던 내쉬가 아름다운 감성까지 얻게 되는 여정을 그린 '뷰티풀 마인드'는 살아남는 것에 관한 이야기다. 이 복잡한 성인 영화는 영화사의 아주 특별한 마케팅과 많은 입소문이 필요할 것 같다.

골드먼의 대본은 실비아 나사가 쓴 내쉬의 일대기 '뷰티풀 마인드'에 기초를 뒀다. 책과 대본 간의 가장 큰 차이는 내쉬의 동성애 기질에 대한 의혹이다. 책은 내쉬와 다른 남자들과의 성적 관계와 과다 노출죄로 한 번 체포된 일에 관해 자세히 설명한다. 그러나 영화사는 이런 얘기는 그의 이미지에 맞지 않고 크로의 팬들에게도 잘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비록 그가 1994년에 호주 영화 '섬 오브 어스'에서 게이 역을 했지만 말이다.

제니퍼 코넬리는 열한 살 때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1984)로 데뷔했다. 그러나 대중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로케티어'(1991)부터다. 이제 '뷰티풀 마인드'로(그리고 2000년에 출연했던 '레퀴엠'으로) 코넬리는 드디어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게 됐다.

에드 해리스 역시 훌륭했다. 영화 화면 속에서 그의 실수를 찾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리고 그는 다시 한 번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완벽하게 계산된 그의 연기는 극도로 어려운 배역에 적임자임을 보여준다.

이 영화를 러셀 크로 없이 생각하는 것 또한 불가능하다. 내쉬가 정신분열증을 겪으며 남의 눈을 피하고 사람들을 의심하고 편집증적으로 변하면서 그의 오만함, 숙명 의식, 경쟁심은 모두 흩어져버린다. 이는 보통 배우들의 재능으로는 이룰 수 없을 정도로 섬세한 성격과 감정의 변화다.

비록 내쉬의 삶의 할리우드화되긴 했지만 '뷰티풀 마인드'는 인간의 약함과 강함에 관한 진실하고 감동적인 영화다.

'뷰티풀 마인드'는 미국에서 PG-13(13세 미만은 부모의 엄격한 지도 필요) 등급을 받았고 상영 시간은 2시간 9분이다.

Paul Clinton (CNN) / 이인규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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