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사 못 믿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5면

무디스 등 국제적인 신용평가사들이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참석자들로부터 규제는 안 받고 독점적인 권리만 누린다는 비난을 받았다.

영국 재무서비스국 하워드 데이비스 의장은 지난 24일 "신용평가사들이 정부의 규제를 받기 싫다면 기업이나 국가의 재무 건전성을 평가하는 역할도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신용평가회사들이 규제는 받지 않으면서 자신들의 결정은 마치 정부 승인을 얻은 것처럼 써먹고 있다"고 비난했다.

다른 참석자들도 소수 신용평가사들의 임의적이고 단편적인 평가 때문에 잘 나가던 기업이나 국가가 '정크 등급(투자 부적격)'으로 전락하는 사례가 많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포럼 참석자들은 이 같은 현상을 막기 위해 더 많은 신용평가회사들이 나와 서로 경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용평가회사들은 지난해 엔론에 대해 파산하기 직전까지 '투자 적정' 의견을 유지하는 등 잇따라 터진 다국적 기업들의 경영 부실을 투자자들에게 조기 경보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이에 앞서 무디스는 23일 엉터리 신용등급 부여로 타격을 입었다는 업체로부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했다. 컴퓨웨어라는 미국의 소프트웨어 전문 업체는 무디스가 지난해 8월 신용등급을 '앞뒤 분간 없이 진실과 다르게' 하향조정하는 바람에 회사의 주가가 폭락했다며 디트로이트 연방지법에 피해 보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디스는 지난해 8월 13일 컴퓨웨어의 신용등급을 투자 적격인 'Baa2'에서 부적격 등급인 'Ba1'으로 하향조정했으며 이날 나스닥증시에서 컴퓨웨어의 주가는 16%나 폭락했다.

서경호 기자

<사진설명>
미국 컴퓨터 회사 델 컴퓨터의 마이클 델 회장(右)과 독일 반도체 회사 인피니온의 울리히 슈마허 회장이 25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의 세계경제포럼 행사인 '기술 산업의 다음 단계' 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다보스 AP=연합]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