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업계, 사사건건 `진흙탕 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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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 업체들이 새해부터 경쟁사에 대한 공격과 비방 등 고질적인 `진흙탕 싸움'을 되풀이하고 있다.

29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작년말 후발사업자인 KTF와 LG텔레콤이 SK텔레콤을상대로 SK신세기통신과의 합병반대 공세를 벌인데 이어 새해들어서도 SK텔레콤과 KTF가 통화품질 공방에 이어 cdma2000 EV-DO 상용서비스 논쟁을 벌이면서 원색적인 공격과 비방을 서슴지 않고 있다.

민간기구인 정보통신서비스 품질평가협의회가 지난 22일 발표한 이동전화 품질평가에서 KTF가 근소한 차이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자 KTF는 대대적인 홍보성 광고에 나섰고, SK텔레콤은 평가방법에 문제가 있다며 반박 광고로 맞서는 등 1주일 넘게 통화품질 공방전을 계속했다.

지난 28일에는 SK텔레콤이 `세계최초'로 인천에서 동기식 3세대 이동통신서비스인 cdma2000 1x EV-DO를 PDA(개인휴대단말기)와 노트북PC를 이용해 상용서비스에 들어간다고 발표하고 이같은 내용을 주요 일간지 전면광고를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이에 대해 KTF는 "EV-DO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휴대폰 단말기가 시중에 나와있지 않기 때문에 상용서비스라고 볼 수 없다"며 즉각 반박에 나섰다.

KTF 관계자는 "SK텔레콤이 발표한 내용을 보면 KTF가 작년 12월 28일 개최한 시연회 수준에 불과한 것"이라고 평가절하한 뒤 "상용서비스도 아닌 내용을 대대적으로 발표한 것은 통화품질 논쟁을 비켜가기 위한 국면전환용"이라고 규정했다.

통화품질에서 1위자리를 놓친 SK텔레콤이 소비자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유도하기 위해 아직 준비가 덜 된 내용을 언론에 발표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KTF는 이달말 EV-DO 장비업체를 선정한 뒤 3월부터 서울과 수도권 일부지역에서상용서비스를 제공하고 월드컵 개막전에 전국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측은 "EV-DO는 휴대폰외에도 PDA, 노트북PC 등 다양한 단말기로 이용할 수 있다"면서 "특히 EV-DO는 고속 데이터통신을 제공하는 데 의미가 있기 때문에 PDA(개인휴대단말기)나 노트북PC를 통해 제공하는 것도 명백한 상용서비스"라고 밝혔다.

EV-DO 상용서비스를 하루 앞두고 갑자기 발표한 이유에 대해서는 "경쟁사에 사전에 알려지면 반박자료 등을 통해 `물타기'를 당할까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LG텔레콤은 통화품질 논쟁때에는 "이동통신 3사가 모두 최상의 통화품질을갖췄기 때문에 더 이상의 논쟁은 무의미하다"며 논쟁중단을 주장했으나 이번에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나 LG텔레콤도 작년 하반기 정통부에 SK텔레콤에 대한 `비대칭 규제'(차등대우)를 요구하는 정책건의문을 내면서 대대적인 광고전을 벌인 바 있다.

이통업체들의 이전투구에 대해 월 10만원 이상의 이동전화 요금을 내는 회사원 K모(36)씨는 "이통업체들이 요금인하에는 인색하면서 경쟁사 비방에는 거액의 광고비를 퍼붓고 있다"면서 "이통업체들에게는 경쟁사만 있고 소비자는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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