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파일 "인기 식을줄 모른다"

중앙일보

입력

진실은 거기에 있다-.

컬트와 포스트 모던이 풍미했던 1990년대에 등장한 TV 드라마 'X 파일'.

황당무계한 이야기를 담은 X 파일은 상당 수 매니어층을 중심으로 당시 대중문화의 중심 코드로 자리잡았다.

X파일은 한국에선 지난 94년 첫 전파를 탄후 현재 방송되는 '시즌 8(여덟번째 시리즈) '까지 심야시간대 평균 시청률 10%를 유지하며 여전히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것은 현재 미국에서 방영 중인 '시즌 9'을 끝으로 9년간의 대장정을 마친다.

◇ 사라진 멀더, 임신한 스컬리=현재 방송분(시즌 8) 부터 멀더(데이비드 듀코브니) 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듀코브니는 여주인공 스컬리(질리언 앤더슨) 보다 출연료를 더 많이 받아야 한다는 고집을 부리며 지난해 폭스사와 소송까지 벌였다. 현재 '시즌 9'를 제작 중인 폭스사는 듀코브니에게 미끼를 계속 던지고 있지만 정작 그의 반응은 썰렁하기만 하다.

멀더의 퇴출로 인해 드라마 전개가 대대적으로 수정됐다.

멀더를 대신해 긴급 투입된 도겟(로버트 패트릭) 요원은 외계인의 존재를 철저히 부인하는 이성적이고 냉철한 인물. 멀더의 외계인에 대한 믿음을 무시하던 스컬리가 어느 새 외계인의 존재를 인정하며 대항해 싸우는 역으로 바뀌었다.

스컬리는 현재 임신 상태다. 제작진은 멀더의 아기인지,외계인의 소행인지 정확히 밝혀놓지 않아 시청자가 상상의 나래를 펼 여지를 남겨놓았다.

◇ '시즌 9'로 굿바이=9년간 2백1편의 에피소드를 내보낸 X 파일은 미국에서 오는 5월쯤 끝을 맺는다.

X 파일의 작가 크리스 카터는 최근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야구 경기의 9회말에 온 듯한 느낌이다. 종영은 매우 고통스런 결정이었지만 이 시점에서 끝나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9년간의 이야기를 결산할 매우 강력한 이야기로 시리즈를 끝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종영을 결정하는 데는 시청률과 제작비 문제가 크게 작용했다. 미국에서 일요일 황금 시간대인 밤 9시에 방영되는 X 파일은 주인공 데이비드 듀코브니가 빠진 후 시청률이 떨어졌고 편당 제작비가 4백만달러까지 치솟아 큰 부담이 됐다.

한편 X 파일을 방영하고 있는 KBS측은 '시즌 9'수입에 소극적이어서 한국에서 이를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로맨스 없는 전개 더 매력=X 파일은 93년 미국 20세기 폭스 네트워크사에 의해 탄생했다. 당시 무명이었던 제작자 크리스 카터와 역시 무명배우 데이비드 듀코브니.질리언 앤더슨 등을 파격적으로 내세워 처음부터 눈길을 끌었다.

상식을 벗어나는 SF식 이야기를 탈피, 풍부한 과학적 지식으로 무장한 X 파일은 인터넷을 중심으로 팬을 만들어 나갔고 방영이 계속되면서 자연스레 매니어층을 형성해 갔다.

당초 미국에서 시작된 그 움직임은 작품이 해외로 수출되면서 다른 나라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에미상 그래픽 디자인 부문(94년) ,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97년) , 시각효과상(2000년) 등을 수상하며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98년엔 극장판 영화로 만들어질 정도였다.

99년 X파일로 석사논문을 쓴 남명희씨는 "괴물이나 돌연변이.외계인.UFO 등의 사건에 FBI가 투입된다는 내용이 특이했다. 주인공 사이에 로맨스가 없다는 것도 이 드라마를 더 유별나게 만들었다"고 인기 비결을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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