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악과 불의의 배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양원은 후진성에>
우리나라의 인구는 이제 3천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10월1일 현재의 전국 「센서스」에서 밝혀진 총인구는 2천9백19만4천3백79명에 달하고있다.
인구가 격증하고 사회생활의 규모와 내용이 복잡해진 탓인지 우리네 생활주변에서 일어난 사건도 복잡다기한 양상을 더해가고 있다.
몸서리치는 대참사, 무시무시한 범죄사전, 서글픈 비극 등 큰 대목만을 들더라도 10개를 넘는 지난 1년 동안의 신문사회면은 대·소사건의 기사로 메워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서 고금을 막론하고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 있어서나 사회적인 통폐와 문젯거리가 없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사회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것들이 아니라는 점에서 자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건들의 심저에는 대체로 우리사회만이 가지고 있는 특성이 도사리고 있다. 한마디로 우리 사회의 후진성에 연유된 사건들이 적지 않았음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사건자체에 시야를 국한시킬 것이 아니라 그것들의 유내를 기본적으로 반성할 필요가 있다.

<비정과 악의 점철>
지난 1년동안에 일어났던 큼직한 사건들을 훑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로 꼽을 것은 인명은 귀하다지만 하염없이 생명을 앗아간 춘사와 참극이 그치지 않았다. 대교통사건, 집단자살사건, 「갱」사건등은 그 대표적인 사전들이다.
교통사고중 완주·안강·울진·삼척「버스」참사들은 다같이 50여명이상의 사상자를 낸 춘사였다. 사고의 원인으로서는 차량의 노후, 정비부족, 운전사의 부주의 등이 지적되었다. 「사고는 우연이 아니라」지만 전기한 사고들은 조금만 주의했더라도 능히 그것을 예방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자동차라는 이기에 따르는 교포지옥과 불안은 날이갈수록 더욱 심해지는 듯 하다.
집단자살사건중 세상을 놀라게 한 것은 금년초에 서울마포구에서 일어났던 모군인가족의 자살사건을 비롯해서 5월1일 전주에서 발생했던 생활고로 인한 일가「카빈」자살사전이 있었다.
l2월8일에는 서울서대문구에서 일어났던 빚에 몰린 일가 「개스」자살사건 등이 있었다. 위의 사전들은 공통적으로 생활고를 비관한 것이 특색이다.
그 옛날 어떤 성인은 아주 곤경에 처했을 때 나무가지에 앉은 작은 새를 보고 자기를 위로하며 분발했다고 한다.
부딪치는 환난을 극복하는데 생의 보람이 있다.
자살로써, 그것도 자기만이 아닌 어린 자녀를 포함한 집단 자살로써 생을 포기하려는 빗나간 풍조는 안타깝기 그지없는 것이었다.
범죄사건중 세상을 발칵 뒤집어엎은 사건들은 세모와 함께 더해진 것 같다. 지난 15일 대전∼회덕간에서 일어난 미군 화물차 「갱」사건, 19일 부산에서 일어난 1천여만원의 피탈사건, 21일 상업은행영등포예금취급소에서 일어난 3인조 「갱」사건들은 그 좋은 예였다. 이밖에도 적지 않은 살인·강도·절도 등 각종 범죄 사건이 있었다. 범죄사건이 날이 갈수록 그 규모가 커지고 지능화하고 흉악화 하여 가는 것은 딱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소년범죄사건이 증가되고 있는 것도 조목하지 않을 수 없다.
질서 있고 명랑한 사회를 건실하자는 것은 우리국민의 숙제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허다한 사회문제들이 미해결의 숙제로 또 한해를 넘기게되었다고 보겠다.

<선과 희의 기풍>
이 한해를 돌아볼 때 어수선했지만 인간의 회의가 발로되어 행동화한 미담가화도 적지 않았다. 사회의 「음」이 있었던 반면 「명」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남이 한 일은 이렇게 저렇게 말하기는 쉽다. 그러나, 막상 선행을 한다는 것은 그렇게 쉬운일이 아니다. 그만큼 선행에는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 여기에 흐뭇하고 갸륵한 이야기의 주인공들을 간과할 수 없다.
지난6월 물에 빠진 급우를 건지고 자신은 익사한 전남함평국민학교의 이조남군은 어린이 생명의 등불로 추앙되고 있다. 소아마비의 불구급우를 4년동안 업어 등교시킨 안양흥안국민학교 조완식군의 이야기가 있다. 피뽑아 아버지의 약값을 대고 머리채를 팔아 관을 마련한 고성 이희선양의 이야기도 있다. 이 같은 어린 소년소녀들의 미행은 성인들의 가슴을 찌르는 것이 있었다.
그밖에도 수재민을 구조하려다 순직한 순경의 이야기며, 가난한 자와 불행한 사람들을 도와준 숱한 미담의 주인공들은 두고두고 기억되어야할 것이다. 이렇게 세상에 알려진 이야기도 많지만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는 더욱 많을 것이다. 「선으로써 악을 이기라」는 말이 있다.「선」과「의」의 근저 위에서만 훌륭한 사회는 건실될 수 있다.
지난 해를 회고함과 합께 우리들은 잘못을 뉘우침에 인색함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또 사회의 병폐를 일소하는 노력에 누구나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다. 다같이 나아갈 좌표를 뚜렷이 세우고 전철을 되풀이하지 말도록 거듭 다짐함으로써 보다 밝고 희망에 찬 내일을 기약해야되겠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