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박 대통령은 내 오랜 친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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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청와대 집무실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를 하고 있다. 양국 정상이 취임을 축하하는 통화를 한 것은 처음이다. 오른쪽은 2005년 7월 투자 유치를 위해 한국에 온 시진핑 당시 저장성 당서기. [청와대사진기자단], [중앙포토]

한국과 중국의 국가원수인 박근혜와 시진핑(習近平). 두 사람은 ‘특별한 우정’이 있다. 8년 전에 시작된 것이다.

 2005년 7월.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서울을 찾았다. 당시 저장(浙江)성 당 서기의 신분이었다. 박 대통령은 제1야당 한나라당 대표일 때였다. 시 주석은 박 대통령과 면담을 희망했다. 하지만 한나라당 실무자들은 “당 대표가 저장성 서기와 만나는 건 외교 관례상 급이 맞지 않는다”며 난색을 표했다. 게다가 면담 희망일엔 박 대통령의 지방 일정이 잡혀 있었다. 하지만 시 주석은 “꼭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해 왔다. 평소 중국과 시 주석에게 관심이 컸던 박 대통령은 지방 일정을 취소하게 하고 면담 일정을 잡으라고 지시했다. “(딱딱한) 면담 대신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오찬으로 하라”고 했다.

 둘은 서울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점심식사를 같이하게 됐다. 당초 한 시간 정도 예정됐었으나 두 시간 가까이 환담을 나눴다고 한다. 두 사람의 대화가 길어진 배경엔 ‘새마을운동’이 있었다.

 이 자리에 배석했던 여권 관계자는 “시 주석은 식당에 도착해 앉자마자 ‘일정까지 변경해 만나 주시니 대단히 감사하다’고 깍듯이 인사했다”며 “시 주석은 ‘신농촌 운동에 관심이 많다’며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새마을운동에 깊은 관심을 표했다”고 전했다. 이후 두 사람은 새마을운동을 주요 이슈로 해서 오래 대화를 이어 갔다.

 시 주석은 박 대통령과의 오찬을 마치기 전엔 “새마을운동에 관한 자료를 가져갈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박 대통령은 흔쾌히 응했다. 실제로 라면상자 2개 분량의 관련 자료를 시 주석에게 보내 줬다.

 하지만 대화 도중 북한 문제를 놓고는 시각차가 드러나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다는 게 배석자의 전언이다. 시 주석이 북한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자 박 대통령이 “그건 다르다”며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는 바람에 얘기가 길어졌다고 한다.

 그로부터 8년.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은 20일 취임 후 첫 전화통화를 했다. 이번 통화는 박 대통령이 요청해 이뤄졌다. 박 대통령은 먼저 2005년 7월의 만남을 상기시켰다. “2005년 방한했을 때 유익한 대화를 나눴다”면서다. 시 주석도 박 대통령을 향해 “중국 국민과 나의 오랜 친구”라는 표현을 썼다.

 이날 통화에서도 두 사람은 북한 문제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는 박 대통령의 요청에 시 주석은 “북한을 설득하는 것이 어렵지만 계속 노력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역대 정상 간 대화에선 보기 드문 진솔하고 직접적인 대화였다”며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의 돈독한 관계를 보여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중 양국 관계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심화하자는 데도 의견이 모아졌다. 박 대통령은 “시 주석이 전인대 폐막식 연설에서 ‘중국의 꿈’에 대해 연설하면서 부강한 국가, 민족의 진흥, 인민의 행복을 실현해야 한다고 한 것은 국가의 발전과 국민의 행복이 같이 가야 한다는 저의 생각과 일맥상통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중 양국이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번영, 특히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비핵화라는 공동 목표 실현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시 주석 역시 “중국은 전략적 협력 동반자인 한국과 함께 미래를 개척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박 대통령은 올해 한국에서 열릴 한·중·일 3국 정상회의가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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