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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밑에 평화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파리 의「노르트담」가까이 「트루네트」 강변 15번지「투르·다르장]은 세계적인 「fp스토랑] 이다. 성탄날밤에는 호식가들이 몇만원씩을 지불하고 자리를 예약하며, 그 바깥에는 포식을 한 주인을 태우고 갈 「캐딜락」이 줄지어서 있다. 이길을 따라 얼마를 가면「세느」강 다리가 된다. 이다리 밑에는 거지들이 모여 우글거린다. 아편장이,「알콜」중독자, 부랑자 ,집없는 노인들, 창녀들이 모여 생지옥을 이룬다. 해마다 겨울철이면 동사자들이 이 다리밑에서 들것에 들려 나간다.
그러나 1년중 하룻저녁만은 이다리밑에 정적과 평화가 찾아온다. 해숫병 환자의 기침소리나 들릴지, 그러고는 조용한 밤이다.
어디서 단조로운 「아코디언」과「기타」소리가 이 고요로움을 흔든다. 구걸용으로나 쓰이던 그악기를 이날 저녁만은 가장 아름다운 선율로 가장 견건한 솜씨로 연주된다. 무슨 노래일까?
어두 침침한 이 다리밑에 촛불이 가물가물 켜지고 저쪽 어슴푸레한 구석에서「미사] 가 거행되는 것이다. 다리 밑거지들을 위한 자정 「미사」다.
천상에선 영광이요, 다리 밀에선 평화요! 사제는 그것을 기도할 것이다. 지치고, 찌들고, 무딘 목소리로 성가를 부를수는 없다. 「파이프· 오르간] 이 더구나 있을리 없다. 하코디언 과 「기타」 와…그것으로 이밤을 찬미하는것이다.「미사」 가 끝나면 사제가 준비해온 빵과 포도주와 칠면조 다리와 「스프」가 분배된다. 거지들도 그것을 마시며 즐거운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울적함과 사글픔을 잊는다. 바로 그 다리위로는 이때쯤이면 「차로·다르장」의 호식가들이 「세단」을 타고 질주해갈것이다. 「파리」의 성탄도 층도 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바로 그다리밑의 성탄이 부럽다. 한강변에 움막을 치고사는 사람들에게 그런 「크리스마스」가 있을수없다. 성탄의 의미는 만인에게 평등하게 누러져야 한다. 이밤, 우리는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 국을 끓이는 아량쯤은 얼마든지 가져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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