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컵] 아기레 멕시코축구대표팀 감독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한국 수비의 오프사이드 함정을 깨트리겠다"

오는 28일(이하 한국시간) 북중미골드컵 8강전에서 한국과 맞설 멕시코의 하비에르 아기레(43) 감독은 24일 숙소인 힐튼 패서디나호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7월 엔리케 메사 전 감독으로 부터 지휘봉을 넘겨 받아 팀을 A매치 6연패의 수렁에서 건지며 본선행을 일궈낸 아기레 감독은 지도자 경력이 6년에 불과하지만 선수단을 장악하는 카리스마와 탁월한 지도력으로 자국에서 인기가 높다.

아기레 감독은 대표팀 수비수로 9년간 활약하는 동안 86년 멕시코 월드컵대표로나섰고 94년 미국월드컵에서는 대표팀 코치를 맡았으며 지난 99년 소속팀 파추카를 멕시코 1부리그 정상에 올려 놓았다.

아기레 감독은 "이번 대회를 통해 접한 한국은 선수들끼리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 조직력이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하지만 미국과의 경기에서 보여줬듯 일자수비가 반대편에서 날아오는 센터링에 잘 대응하지 못하는 것 같았고 골 결정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국팀을 평가했다.

아기레 감독은 이어 "한국과 맞서면 일자수비의 오프사이드 함정을 무너뜨리는 전략으로 나설 것이며 한국 공격수들의 스피드에 적절히 대응하는 데 승부수를 던질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아기레 감독과의 일문일답.

--탈락위기의 멕시코를 월드컵본선에 올린 원동력은 무엇인가.
▲내가 지휘봉을 잡기 전 멕시코 대표팀은 목표의식이 없었고 언론과 자주 불협화음을 빚었다. 감독이 된 이후로 선수들에게 승리에 대한 굶주림(hunger)과 대표로서의 자부심을 불어넣기 위해 노력했다.

또 월드컵에 대한 부담을 떨치고 한경기 한경기 이기는데 힘을 쏟자고 주문했다.

선수들도 명성보다는 실력을 기준으로 12~14명을 교체했고 많은 대화를 통해 감독보다는 친구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한국에 대해 평가한다면.
▲한국은 훌륭한 감독 아래 오랜 기간 함께 뛴 선수들로 구성돼 조직력이 좋고 강력한 미드필드진을 갖췄으며 공격수들의 스피드도 훌륭하다.

하지만 크로스패스에 대한 수비진의 대응력과 골결정력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수비수 유상철의 노련미와 최용수, 차두리의 스피드가 돋보였다.

특히 이천수는 마치 남미선수를 연상케 하는 몸놀림을 보여줘 인상적이었고 미국과의 경기에서 득점한 송종국도 좋았다.

--한국전에는 어떻게 나설 것인가.
▲한국공격수들의 스피드를 주의하고 일자수비의 오프사이드트랩을 무너트리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다. 앞서 2경기에서 보였던 선수기용을 골격을 유지한 채 최전방 투톱은 카를로스 오초아와 아돌포 바우티스타를 세울 생각이다.

--이번 골드컵 멤버는 어떤 성격인가.
▲이번 대회에서 결과보다는 월드컵 엔트리 23명에 들어갈 마지막 5~6명의 선수들을 발탁하는 테스트의 장을 만들 것이다. 이번 골드컵 엔트리 18명은 35명~40명에 이르는 전체 대표선수 후보군에서 뽑아 온 선수들이다.

--주목할 만한 선수를 소개한다면.
▲오초아(23)와 바우티스타(22)는 젊고 축구에 대한 열망을 가진 선수들이다. 파추카팀에서 3년간 지도했던 마르코 가르세스(29)도 여러 포지션을 맡을 수 있는 재능있는 선수다.

--월드컵 본선에서 목표는.
▲이탈리아, 크로아티아, 에콰도르와 맞서 승점 6을 따내며 16강에 오르는 것이 일차목표다. 이탈리아는 세계 최강팀이지만 에콰도르는 서로를 잘 알고 있어 충분히 해볼만하다. 결국 크로아티아를 잡는데 승부수를 던질 것이다. 이탈리아를 제외한 G조의 나머지 3개국은 16강 진출 가능성이 다 비슷하다고 본다.

--남은 기간의 준비 계획은.
▲2월14일 유고, 5월13일 콜롬비아, 5월19일 네덜란드 등 4차례 평가전 일정이 잡혀 있고 3,4월에 2차례 A매치를 더 치를 생각이다.

무엇보다 체력적으로 강인한 팀을 만드는 한편 골결정력과 팀워크를 향상시키는데 중점을 둘 생각이다.

--한국 축구팬들에게 한마디.
▲처음 한국을 찾은 지난달 1일 본선 조추첨식때 마침 43번째 생일을 맞아서 특별히 한국이 기억에 남는다. 월드컵을 마음껏 즐기고 대표선수들을 열렬히 성원해주기를 바란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조준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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