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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정은 온양의 옛이름 … 1990년대 초까지 포도재배 마을로 유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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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탕정면 주민들이 모여 마을에 있는 다리(신풍교) 교량작업을 하는 모습.(1970년대) ② 마을 주민들이 농사를 짓고 있는 모습(1970년대).

우리동네 그때 그 시절 아산 세 번째 이야기. 이번에 소개할 곳은 최근 20여 년 동안 비약적인 발전을 한 탕정면이다. 외지인들이 알아주는 것이라곤 ‘탕정포도’ 밖에 없었던 이 시골마을에 세계 1위의 디스플레이 기업, 삼성디스플레이가 들어오면서 몰라보게 달라졌다. 인구는 20년 새 2배 이상 증가해 2만여 명이 거주하고 있고 40층짜리 고층아파트단지까지 들어서면서 대도시 못지 않은 위용을 보이고 있다. 탕정면의 어제와 오늘을 알아보자.

정리=조영민 기자
사진·도움말=윤태균 이장단협의회장

아산 탕정면의 변천사

아산 동쪽에 위치한 탕정 지역은 대부분이 곡교천과 지류인 매곡천의 유역의 발달한 저지대로 논농사가 활발하다. 천안시에 인접해 있어 근교농업이 활발하고 구릉지대에서는 과수재배도 성하다. 한반도 중남부 지역에 위치해 있어 여름에는 온난다습하고 겨울에는 한랭건조 하다. 4계절이 뚜렷하고 기온차가 심한 온대 계절풍 지대의 기후적 특징을 보여준다. 탕정의 남부는 아산만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좀 센 편이기는 하지만 지리적 여건상 자연재해가 매우 적기 때문에 사람이 살기 좋은 고장이다.

탕정은 온양의 옛 이름이며 삼국시대부터 고려 초까지 사용됐던 지명이다. 탕정은 곧 끓는 샘, 온천을 뜻한다. 이곳 온천수가 1000년이 넘는 오랜 역사를 지녔음을 나타내는 이름이라고 볼 수 있다. 이후 탕정면이라는 이름을 다시 쓰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인 1914년도부터다. 온양군·아산군·신창군이 ‘아산군’으로 통합되면서 산하의 12개 면 중 탕정면이 하나로 속하게 됐다. 1914년 이전 탕정면의 역사는 대개 온양군의 역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났을 당시 탕정면은 비교적 외곽지역이었기 때문에 별 다른 피해가 없었다. 수도권에 살고 있는 이들 중 다수가 안전한 곳을 찾아 탕정면으로 피난을 오기도 했다. 전쟁이 끝나고 나서도 살기 좋다는 이유로 일부가 이곳에 남아 터를 잡고 농사를 짓고 살았다고 한다.

1960년대에는 근대화가 진행됨에 따라 농업 경제가 침체되고 이농현상을 보이며 탕정면의 인구는 계속 감소해 갔다. 하지만 1970년대 정부가 동남아시아에서 들여온 신종 벼를 우리 토양에 맞게 개량되면서 벼농사가 발전하기 시작됐다. 또한 기후가 좋다는 이유로 비닐하우스 농법이 탕정지역에 일찍 도입되면서 포도재배를 하는 농가가 대폭 증가했고 이는 농가 전체의 소득을 혁신적으로 증대시키는 계기가 됐다.

③ 하늘에서 내려다본 탕정면 일대 전경(현재) 조영회 기자 ④ 옛 마을 전경(1980년대) ⑤ 마을 주민들이 보건소에서 실시하는 건강검진을 받고 있는 모습. (1970년대).

평범한 농촌에서 기업도시로의 눈부신 ‘변화’

“온통 포도밭이 지천이었어요. 길도 좁은 비포장이었고요. 농가도 드문드문해 밤에는 불빛 하나 찾아보기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윤태균 이장단협의회장은 탕정의 옛 모습을 이렇게 회상하고 있었다. 불과 1990년대 초반까지의 모습이다. 하지만 만도기업과 삼성코닝정밀유리 등 국내굴지의 대기업 공장들이 들어서면서 탕정면은 국내 으뜸의 기업도시로의 변신에 성공했다. 특히 2000년대 초반부터 대규모로 조성되기 시작한 삼성디스플레이 140만여 평의 탕정 단지인 ‘디스플레이시티’ 힘은 어마어마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 LCD사업부로 있다가 2012년 4월 독립법인이 됐다. 이후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와 삼성과 소니가 합작한 SLCD㈜를 인수했다. 여기서 연간 출하하는 물량을 TV와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로 환산하면 40인치 TV 패널 6500만개와 4인치 갤럭시S 패널 2억5000만 개를 합친 양에 달한다. 머지않아 영화에서나 보던 투명 디스플레이나 플렉서블(flexible) 디스플레이도 여기서 양산될 것이다. 연간 매출액은 30조원에 육박하고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점유율은 26%로 독보적이다. 삼성디스플레이 탕정단지는 1단지(74만여 평)와 2단지(64만여 평)로 나뉘는데, 현재 조성이 완료된 1단지에 투자한 금액만 30조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삼성은 추후 디스플레이 시장 상황을 고려해 이미 부지를 확보한 2단지에 생산라인을 추가 증설할 계획이다.

 대기업들의 입성은 탕정면뿐 아니라 아산 전체를 변모시키는 원동력이 됐다. 아산의 인구는 10년 새 10만명 이상 증가했다. 1인당 지역 내 총생산도 2012년 말 기준으로 6303만원으로 충남지역 1위다. 소규모 도시가 경기지역 위성도시급으로 발전한 셈이다. 지난해 아산시가 거둔 지방세는 총 4015억원인데, 그중 삼성계열사 납부액만 1067억원(26%)이다.

 이에 대해 윤 회장은 “탕정 지역은 대지가 넓고 평탄한 지역이 많아 대규모 사업장 입지가 가능했다”며 "경부고속도로, 서해안고속도로가 인접해 교통 편의성 면에서 유리하다”고 기업이 들어온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탕정원주민 이주택지 블루크리스탈빌리지 조성

삼성이 특히 공을 들이는 건 주거와 교육 환경이다. 사원아파트로 4000여 가구의 삼성트라팰리스단지를 조성해 ‘5년 임대 후 분양’ 조건으로 임직원들을 살게 했다. 탕정지역에 급속도로 인구가 늘어난 이유다.

 삶의 터전을 내준 원주민들은 삼성트라팰리스단지 건너편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조성했다. 이곳은 오로지 원주민들을 위해 삼성이 마련한 이주택지다. 삼성은 자기 땅을 양보한 원주민들에게 이주택지를 원가 이하로 분양하고 건축비도 일부 지원했다. 이제 곧 200여 원주민 가구는 1층 상점, 2층 원룸에서 임대 수익을 얻고 3층 자가 주택에서 살게 된다. 그 중에서도 66가구는 공동 쇼핑몰 사업에 뜻을 모아 유럽풍으로 디자인을 통일해 건축한 ‘블루크리스탈몰’ 임대 및 운영에 나섰다. 또한 ‘블루크리스탈몰’을 관광단지화 한다는 계획에 따라 ㈜탕정산업은 조만간 입주 예술작가 공개모집도 나설 예정이다. 블루크리스탈몰 관계자는 “패션매장과 카페, 레스토랑 등으로 MD를 구성해 2013년 3월 그랜드 오픈을 할 예정”이라며 “인근 삼성 가족과 온양 관광객, 그리고 천안 시민들까지 찾아오는 상권을 만드는 것이 주민들의 꿈”이라고 말했다. 보통은 원주민들이 뿔뿔이 흩어져버리는 그간의 개발산업 패턴에서 벗어나 원주민과 기업이 어울려 사는 첫 번째 모델이 곧 가동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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