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들 세금으로 대학생 전입 장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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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김천시 대신동사무소 직원들에겐 최근 새로운 일거리가 생겼다. 매주 세 차례 관내 김천대와 김천과학대를 찾아가 학생들에게 주민등록 소재지를 김천으로 옮겨달라고 호소하는 일이다. 서울·부산·대구 등 외지 출신 신입생이 주 타깃이다. 주소를 옮기고 6개월이 지나면 전입지원금 20만원을 준다는 ‘당근’도 제시한다. 학생이 전입 의사를 밝히면 이동민원실이 현장에서 곧바로 수속을 해 준다. 전인진 동장은 “5월까지 150명을 전입시키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김천시의 전입 캠페인은 대학생뿐 아니라 이동 근무가 잦은 소방관·경찰관·교직원 등도 대상이다. 김천시는 지난해 대학생 150여 명을 포함, 1000여 명을 전입시키고 전입지원금 2억원을 지급했다.

 인근 상주시도 비슷한 방법으로 지난해 440명을 전입시켰다. 외지 대학생 등에게 전입지원금을 주는 것은 금액에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전국 각지의 중소도시나 군 지역에서 공통적인 현상이다. 강원도 원주시·강릉시, 충북 영동군·괴산군, 경남 의령군·합천군, 경북 영주시 등이 비슷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도시인 대전광역시도 뛰어들었다. 인근에 세종시가 생기고 충남도청이 이전해 나가면서 인구 감소세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대전시는 관내 19개 대학 16만 명 가운데 기숙사를 이용하는 1만 명을 1차 전입 대상으로 잡았다. 전입지원금을 주고 싶지만 관련 조례를 마련하지 못한 데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법 위반 우려도 있어 다른 인센티브를 찾았다. 주소를 옮긴 학생들에게 방학 때 아르바이트 자리를 우선 알선하거나 학자금 대출 이자를 지원하는 방안 등이다.

 지자체가 전입 캠페인을 펼치는 건 관내 인구를 늘리기 위해서다. 중앙정부의 예산 지원 등의 대부분이 인구를 기준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지자체들에 인구는 곧 경쟁력이다. 중앙정부가 행정 운영에 필요한 돈으로 지자체에 내려주는 교부세는 대체로 인구 1명이 늘면 30만원꼴로 증가한다는 게 통설이다. 그러니 지자체로선 전입지원금 20만원을 뿌리고, 교부세 30만원을 더 타내면 ‘남는 장사’가 된다. 반면 출산 장려 정책을 통한 자연 증가나 지역 환경·인프라 개선으로 인구 유입을 유도하는 정책은 단기적으론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

 하지만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대학생에게 지원금을 주면서까지 전입을 유도하는 데 대한 비판 여론도 만만치 않다. 김천시민 김창규씨는 “시민 세금에서 나온 예산을 전입지원금으로 쓰고 정부 교부세를 더 타내자는 발생은 이 주머니에서 돈을 빼내 저 주머니를 채우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구미경실련 조근래 사무국장은 “도시 경쟁력을 높여 인구 증가를 유도하는 게 아니라 졸업하면 떠날 외지 대학생을 일시 전입시키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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