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바가지 심한 일본계 사금융업체 규제

중앙일보

입력

K씨는 지난해 5월 급전이 필요해 일본계 사금융업체(대금업체) A사에서 2백만원을 연리 84%의 고리로 빌렸다.

K씨가 같은해 9월부터 돈을 연체하자 대출 당시 K씨의 부모와 형제 이름을 적게 했던 A사는 K씨 가족에게 전화공세를 펴 가족들이 금융감독원에 피해를 호소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사례가 잇따르자 금감원은 24일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일본계 사금융업체를 단속.규제할 방안 마련에 나섰다.

◇ 일본계 업체 속속 상륙=일본계 대금업체들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7월 처음 상륙했다. 이후 폭발적인 자금 수요에 힘입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올 초 기준으로 10여개사가 영업 중이다.

이자제한법 부활을 추진 중인 민주노동당에 따르면 일본의 초대형 대금업체인 다테후지와 산요신판도 국내 상륙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업체들은 본사를 주로 서울에 두고 전국 중소도시까지 영업조직을 그물망처럼 깔고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에게 접근하고 있다.

이들은 일본 현지에서 대출 자금을 조달하지 않고 시중은행과 대형 금고에서 연 16%로 돈을 빌려 최고 1백31%의 고리로 대출사업을 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A&O크레디트 등 주요 5개 업체가 국내에서 차입한 돈은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1천8백억원에 이른다

◇ 문제점=무엇보다 이들 일본계 대금업체가 신용도가 낮은 서민들을 대상으로 대출사업을 하면서 연체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계 사금융업체의 돈을 빌려 썼다가 본인이나 가족이 낭패를 본 사례는 지난해 금감원에 신고된 전체 대금업 관련 피해사례 5백81건 중 49건을 차지했다.

지난해 6월 국무회의를 통과한 '대부등록 등에 관한 법률'이 국회에 계류 중이어서 이들 업체를 단속.규제할 근거조차 없는 실정이다.

◇ 대책=금감원은 우선 일본 업체들의 자금원이 되는 국내 금고업체들에 대출심사를 강화토록 할 계획이다.일본 업체의 현금흐름과 회수 가능성 등을 면밀히 따지라는 주문이다.

회수 불가능한 대출금 규모가 늘다 보면 자칫 국내 금고의 부실이 심화할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본 업체들은 사실상 동일인이 다수의 대금업체를 운영 중인 경우가 많다"면서 "은행.종금처럼 금고업체들에도 동일차주(돈을 빌리는 사람 및 특수관계인)개념을 도입해 동일차주에 대한 대출한도를 자기자본의 20%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장세정 기자 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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