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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이면 분식점, 테이크아웃 피자점…달라진 창업 지형도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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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500만 명 시대다. 올해 1월 말 기준으로 542만2000명이다. 청년 취업이 어려워진 데다 50세를 전후해 기업에서 퇴출되는 ‘사오정’이 늘면서 나타난 기현상이다.
이명박 정부 때 창업 시장은 찬바람이었다. 서민 경제의 대표인 자영업자들은 죽을 쒔다. 창업 시장에 내몰렸다 망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박근혜 정부는 시작부터 창업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변화의 바람은 정부 정책에서 나왔다. 올해 초 동반성장위원회가 제과점업과 외식업 등을 중기 적합 업종으로 지정한 것이다.
덕분에 파리바게뜨나 뚜레쥬르 같은 대기업 프랜차이즈 제과점은 동네 빵집 인근 500m 내 출점이 금지됐다. 신규 출점도 전년도 전체 점포 수의 2% 증가 이내가 기준인 만큼 각 사는 신규 가맹점주 모집을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하지만 창업 희망자 입장에선 대기업 계열 프랜차이즈 빵집은 열기 어려운 형편이 됐다.

정부가 기대했던 것과 반대 현상도 나타난다. 일부 음식점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최근 가맹점주 모집에 박차를 가한다. 출점 규제가 본격화하기 전에 점포 수를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해서다. 가맹 수수료가 일부 오른 곳도 있다.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이경희 소장은 “규제가 본격화되면 프랜차이즈 업체 창업의 기회조차 얻기 힘들어지는 경우도 있는 만큼 업체들이 가맹점주에게 더 배짱을 부린다”며 “동반성장위의 중기 적합 업종 지정 이후 되레 기존 점포의 권리금 같은 영업 프리미엄이 더 올라가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시장의 변화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대목이다. 편의점의 경우 국내 점포 수가 2만4559개(지난해 말 기준)를 헤아리면서 점포 증가세가 주춤한 상황이다. 각 편의점 업체도 양적 성장에 치중하기보다는 기존 점포의 매출을 늘리는 ‘영업효율 높이기 전략’으로 궤도를 수정 중이다. 골목상권 진출 논란도 편의점 업체들에는 부담이다.
인기 품목의 변화도 엿보인다. 최근 영업 호조세를 보이는 도미노피자의 경우 3월 현재 374개인 매장 수를 올해 안에 390곳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올해 3개의 매장을 추가로 냈다. 도미노피자가 한 해 20개 이상의 매장을 내기로 한 것은 25개의 매장을 냈던 2009년 이후 처음이다.

5000만원 이하 상업용 클리닝 적합
창업 시 가장 고민되는 부분은 자금이다. 가급적 창업자가 가진 자금보다 투자비가 적게 드는 업종을 골라 창업하는 것은 불문율로 통한다. 가진 돈에 딱 맞춰 창업을 했을 경우 사업이 정상궤도에 오를 때까지 버티기 어려워서다. 최근엔 5000만원 이하의 소규모 자금으로 창업을 하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업계에서는 20·30대 청년실업자가 늘어난 것 때문으로 본다. 이런 창업 업종은 점포형 사업보다는 소호(SOHO)형 아이템이 대부분이다.

최근에 인기를 얻는 분야는 상업용 클리닝 사업이다. 입주대행청소나 새집증후군 없애기 등을 주로 하는 홈 클리닝 사업은 불황의 여파를 많이 받는 데다 이미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반면 대형 레스토랑이나 프랜차이즈 가맹 점포 등을 대상으로 하는 상업용 클리닝 사업은 기업과 기업 간 거래가 기본이다 보니 수요가 안정적이다. 가맹점주를 통해 이마트ㆍ롯데마트ㆍ스타벅스 등 상업용 시설 청소를 대행하는 크리니트가 대표적이다.

세탁기 청소, 욕실 리모델링 등 일반 가정이나 점포에서 필요로 하는 각종 수리·수선을 대행하는 수리수선업도 소자본 창업자 사이에서 인기다. 인테리어 및 철물점을 병행하는 점포형과 전문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소호형 두 가지가 있다. 투자비는 점포형이 4000만~5000만원, 무점포형이 1000만원 내외다.

자금 규모가 5000만원이 넘는다면 점포형 창업도 가능하다. 주택가 부근에서 할 수 있는 소형 분식점?떡볶이 전문점?테이크아웃 피자 전문점이 대표적이다. 1억원대 이하 업종에서 가장 대표적인 서민형 아이템은 치킨 전문점이다. 편의점 가운데 위탁가맹점도 소액 창업이 가능하다. 가맹본부가 점포 구입비와 시설비를 지원해줘 보증금을 낸 뒤 위탁관리만 하면 된다. 대신 가맹점이 전체 자금을 책임지는 순수 가맹점에 비해 로열티가 높다. 학교 앞이나 아파트 단지 상가에서 많이 보이는 문구점이나 소형 패션점포ㆍ정육점ㆍ과일가게도 인기 있는 5000만~1억원대 창업 아이템이다.

1억~2억원 창업이 가장 경쟁 치열
국내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업체가 요구하는 투자금 규모는 1억~2억원이다.

2억원 이하의 자본금으로 인기인 업종은 역시 먹는 장사다. 국수 전문점인 명동할머니국수?삼각김밥과 규동(고기 덮밥)을 접목한 오니기리와이규동?도시락 배달점인 본도시락과 한솥도시락 등이 1억원대 자본금으로 창업할 수 있는 브랜드다. 최근엔 경제 불황에 맞춘 저가형 분식업이 인기다. 2900원대 우동을 기본으로 파는 ‘이나리 소바와 우동’이 대표적이다. 치킨 전문점도 카페형으로 변신한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가 일반 치킨점에 비해 차별화한 요소다. 분위기가 산뜻하다 보니 젊은 층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아울러 일반 치킨집이 주로 저녁에만 영업하는 것에 비해 점심·저녁 시간대별로 차별화 메뉴를 바탕으로 고객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10~15평 안팎의 소형 커피숍이나 테이크아웃 피자 전문점도 1억원대 자금을 가진 창업 준비생 사이에서 인기를 얻는 업종이다. 초록마을ㆍ해가온 같은 유기농식품점이나 세븐일레븐ㆍCU 같은 편의점, 제과점들도 2억원 이하의 자금으로 창업할 수 있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제과점들은 정부 규제 탓에 신규 가맹점 모집을 꺼린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나 중산층 창업자 사이에서 인기인 30~50평 커피숍은 2억~4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이경희 소장은 “2억~4억원대 창업자 중에는 일반 퇴직자는 물론 자기 건물을 소유한 자산가나 의사·변호사 같은 고소득 창업자도 많다”며 “경기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일종의 세컨드 잡(Second Job)을 사전에 만들어 두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샤브샤브 전문점이나 부대찌개 전문점도 2억원 이상 투자금이 필요하다. 일단 어느 정도 넓은 점포를 확보해야 해서다. 쌀국수 같은 다양한 동남아 음식 전문점도 해볼 만하다. 놀부부대찌개ㆍ놀부보쌈ㆍ원할머니보쌈ㆍ공룡고기ㆍ고기킹 등 전문 한식 브랜드나 중대형 고깃집들은 2억~4억원의 투자금으로 시작할 수 있다.

와라와라ㆍ꾼노리ㆍ블루케찹 등 대형 주점들도 이 정도 자금이 있어야 창업이 가능하다. 이들 주점은 주로 중심 유흥가나 대학가, 역세권 중심 상업지구에 적합하다. 비교적 임대료가 저렴한 2층 이상 점포에 주로 출점하는 게 일반적이다. 시설 및 체인점 개설 자금으로 1억~2억원을 투자하고 나머지는 점포 임차에 쓴다.

100평 이상 대형 커피숍은 투자비가 5억원 이상 있어야 한다. 5억원 이상 자금 여력이 있다면 맥도날드와 롯데리아ㆍ블랙스미스 같은 대형 브랜드의 가맹점주가 될 수 있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인 블랙스미스의 경우 목이 좋은 대로변에 입점해 투자비가 많이 드는 편이다. 점포 임차비를 포함한 평균 투자비가 7억~10억원대다. 최근에는 창업자가 점포를 직접 구하지 않는 수수료 매장 형태도 늘고 있다. 수수료 매장이란 복합쇼핑몰이나 역사ㆍ대학가 등에 입점하면서 해당 점포의 권리금이나 보증금을 내지 않는 대신 매출액의 일정 금액을 수수료로 지불하는 방식이다.

5억원 이상의 자금력을 갖추고 있다면 부동산 임대 사업이나 시설 장치형 업종도 고려해볼 만하다. 원룸텔ㆍ고시원ㆍ골프방ㆍ고급 노래방ㆍ피트니스센터나 고급 미용실이 여기에 속한다.토지나 건물은 다소 위험성이 따르지만 경매로 매입하는 게 가장 경제적이다. 투자비가 많이 들어가는 업종을 창업할 때는 사업성 분석을 보다 신중히 해야 한다. 대형 업소는 운영자금과 예상 못 한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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