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서 이뤄지는 '디지털 드림'

중앙일보

입력

목시 디지털社는 TV-비디오-오디오-웹을 리모컨 하나로 조작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캘리포니아州에서 사는 스티브 펄먼은 자신의 회사 웹TV를 매각해 큰 돈을 손에 쥐었다. 그리고 그중 약 1백만달러를 투자해 자택에 디지털 홈 엔터테인먼트 센터를 직접 설계해 설치했다. TV·비디오·음악(CD 9백50장)과 웹을 통합하고 네트워크로 연결해 어느 방에서든 쉽게 통제할 수 있도록 했다. 그는 “꿈만 같다”고 말했다.

이제 펄먼은 그런 첨단 엔터테인먼트의 대중화를 계획하고 있다. 지난 1월초 그가 새로 차린 회사 ‘목시 디지털’은 다양한 홈 엔터테인먼트 데이터를 리모컨 하나로 조작할 수 있는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하는 원대한 계획을 공개했다. 그 핵심을 이루는 것은 DVD 플레이어에 버튼이 몇개 더 달린 듯한 목시 미디어 센터다. 목시의 1차적인 기능은 TV 수상기에 자료를 전송하는 위성TV 수신장치나 케이블 셋톱 박스를 대신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목시는 방송의 일시정지 또는 연속극의 원터치 녹화 등 비디오 리코더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DVD/CD 플레이어의 기능도 갖추고 있다. 그리고 컴퓨터 및 전자제품을 광대역 인터넷에 무선으로 연결하는 기능도 있다. 또 디지털 사진과 홈 비디오를 모두 저장할 수 있는, 최소 80GB의 초대형 드라이브도 내장돼 있다. 2003년에는 인터넷 전화 기능도 목시에 추가된다.

항상 뭔가 의미있는 것을 보고 듣고 싶어하는 인간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목시 디지털社는 기록된 음악·TV 프로그램·영화를 모두 목록화하고 상호참조할 뿐 아니라 어느 한 순간에 입수할 수 있는 자료의 리스트를 입력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 목시의 데이터베이스 메뉴는 추천 목록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거기에 빠져들면 지출을 감당할 수 없게 된다. 가령 톰 행크스를 찾으면 HBO의 최신 영화 ‘캐스트어웨이’를 보여주고 ‘필라델피아’의 DVD 구입을 권하며, 다음달에 새로운 영화가 개봉될 예정이라는 뉴스를 알려준다.

목시는 위성TV 공급사를 통해 구입할 수 있으며, 2003년부터는 케이블 TV를 통해서도 살 수 있다. 목시 디지털의 최대 주주는 AOL이다(뉴스위크의 모회사인 워싱턴 포스트社도 지분을 갖고 있다). 이같은 회사들의 입장에서 볼 때 목시 시스템은 음악과 영화 입장권 매출수입을 가져다줄 뿐 아니라 지적재산권의 보호기능도 제공한다. 목시는 이 시스템에서 작동되는 음악과 비디오에 대한 복제방지 보호기능이 내장된 ‘미디어 금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목시는 일반가정에서 사용자가 아니라 제공사가 통제하는 미디어에 대한 트로이의 목마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심지어 음반사와 영화제작사(예를 들면 AOL 타임워너)의 꿈을 실현시켜주는 도구가 될지도 모른다. 루신다 윌리엄스의 곡을 듣거나 연속극의 지난회분을 볼 때마다 케이블 청구서에 차곡차곡 기록되는 ‘페이퍼뷰’ 방식의 세계다. 펄먼은 미디어 제공사들이 목시를 이용해 사용자들의 권리를 제한할 수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제공사들이 시장의 힘에 따라 “적절한 균형을 유지할 것”이라고 믿는다.

펄먼 개인적으로도 소비자를 아는 기술자로서의 평판이 목시의 성공여하에 달려 있다. 앞서 내놓은 웹TV는 마이크로소프트에 5억3백만달러에 매각된 후 그가 기대했던 것만큼 성공하지 못했다. 이제 그는 홈 엔터테인먼트의 디지털화·단순화·유료화 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쟁자로 나섰다. 목시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수백만달러의 미디어 제왕처럼 느낄 수도 있지만 청구서를 받은 후엔 빈털터리처럼 느낄지도 모른다.

Steven Levy 기자
기사제공 : 뉴스위크 한국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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