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개 출자사 1조 자본금 다 날릴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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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사업이 백지화되면 30개 출자사는 물론 통합개발 대상지인 서울 서부이촌동 주민 2200여 가구, 이 일대 부동산 투자자 등의 피해 규모가 수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코레일을 비롯한 30개 출자사는 자본금 1조원을 모두 날릴 가능성이 크다. 자본금을 이미 다 써버려 파산 과정에서 출자사가 건질 수 있는 돈이 한 푼도 없다. 사업 무산 이후 출자사 간 소송 등을 통해 일부 출자사는 투자금 일부라도 건질 수 있겠지만 당장 투자금을 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사업에 코레일은 2500억원, 롯데관광개발은 1510억원 등 30개 출자사가 모두 200억~2500억원씩 투자했다. 랜드마크빌딩을 선매입하기로 한 코레일과 전환사채(CB)를 인수한 롯데관광개발의 출혈은 더 크다. 코레일은 랜드마크빌딩 계약금(1차 4161억원)을, 롯데관광개발은 CB 인수금 226억원까지 떼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코레일은 사업지역 땅값(총 9조8000억원)을 받아 적자 기업에서 탈피하려던 계획이 차질을 빚고, 7000억원가량의 손실도 예상된다.

 드림허브 설립 자본금 등에 넣은 돈을 떼이면 회사 사정이 어려운 일부 민간 출자사는 회사 존립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롯데관광개발만 해도 회사 자본금(55억원)의 30배에 달하는 돈(자본금 1510억원+CB 인수금 226억원)을 넣은 상태다. 국민연금 돈으로 투자한 KB자산운용과 미래에셋운용도 곤란한 처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사업이 무산되면 수조원대의 줄소송이 불가피하다. 소송 결과에 따라서는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부이촌동 주민 부담도 만만찮다. 전체 2200여 가구 중 절반 정도가 평균 3억원의 대출을 받아 썼다. 2007년 8월부터 재산권 행사가 제한되면서 생활자금 등이 필요해 빌린 돈이다. 이런 판에 사업이 백지화되면 급등했던 집값이 폭락해 대출금 갚을 길이 막막해진다. 이촌2동 11개 구역 대책협의회 김찬 총무는 “보상이 늦어지면서 대출이자 등을 감당하지 못해 경매에 나온 집만 현재까지 120여 가구”라며 “사업이 무산되면 경매가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걱정했다. 여기에 국제업무지구를 믿고 용산지역에 투자한 투자자의 손실도 불가피해 보인다.

황정일 기자

◆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주요 일지

2006년 8월 용산역 주변 개발 방침 확정

2007년 8월 서부이촌동 통합개발계획 발표

12월 사업자로 드림허브 선정

2010년 8월 대표주관사에 롯데관광개발

2011년 8월 사업계획 확정

2011년 9월 랜드마크빌딩 계약 체결

2012년 5월 마스터플랜·계획설계안 공개

8월 서부이촌동 보상계획안 발표

9월 자금 부족으로 사업부지 공사 중단

2013년 2월 3073억원 ABCP 발행 부결

3월 13일 드림허브 채무 불이행(디폴트)

[관계기사]

▶ 파산 절차 밟으면 피해액 수조원대 이를 것
▶ '오세훈 판 키우자…' 용산개발사업 어쩌다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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