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출판] '반골 언론인 최석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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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골 언론인 최석채/최석채 지음/성균관대 출판부,1만9천5백원

언론인 고 몽향(夢鄕) 최석채(1917~1991)는 편집국장 시절 별명이 '대패'였다.

"글이 둥글둥글해서는 안되고, 모나게 대패질을 해 골기(骨氣)를 세우라"는게 평소 그의 입버릇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데스크가 글을 손볼 때도 '골기 세우기'를 먼저 요구했다. '마지막 지사(志士)언론인'으로 불렸던 그가 존경했던 인물들도 조광조.조식 등 '과격파 선비'들이었다는 점도 암시하는 바 많다.

신간은 1950년대,60년대에 썼던 신문 글 모음집. 인물평전에서 먼 자료집의 성격 때문에 아쉬움부터 들게 한다.

2000년 국제언론인협회(IPI)가 선정한 세계언론자유언론인 50인으로 그가 선정됐고, 그때 김수환 추기경이 "노벨상 못지않은 경사"라고 언급했었음을 염두에 두자면, 이런 언론인을 대상으로 한 평전 한 권이 없다는 것은 분명 유감스런 노릇이다.

그럼에도 신간은 몽향을 만나볼 수 있는 괜찮은 기회다. 필화사건으로 번졌던 유명한 사설들인 '학도를 도구로 이용하지 말라'(55년 대구매일) '일부 군인들의 탈선행동에 경고한다'(63년 조선일보) 전문이 실려 있기 때문이다.

'학도를 도구로 이용하지 말라'는 자유당 시절 각종 행사에 학생들을 동원하는 관례에 브레이크를 걸었던 글로 법정투쟁으로까지 번져 끝내 무죄판결을 얻어낸 사설이다.

경향신문 편집국장, 조선일보 편집국장.주필 등을 거쳤던 그가 쓴 '호헌구국 운동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 '국민이여, 총궐기하라'의 경우 격문(檄文)이 따로없고, 실제로 4.19 도화선으로 평가된다. "잡혀갈 각오를 하고 새 옷으로 갈아입고 썼다"는 게 몽향의 술회이도 하다.

그의 언론철학인 '선비정신의 현대적 접목'이라는 것은 요즘은 낡아보인다. 그러나 책 속에 힐끗힐끗 보이는 몽향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조우석 기자 wow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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