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여드름 송송 난 인기 사이버 작가

중앙일보

입력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써 인터넷에 올렸을 뿐인데 반응이 이렇게 클 줄은 몰랐어요."

얼굴에 여드름이 송송 돋아 있는 전북 전주시 전일고교 2학년 나민채(羅旼埰.17) 군. 그러나 羅군은 사이버 소설계에선 내로라하는 유명 인사로 꼽힌다. 그는 인터넷에서 '구름'등으로 불린다.

羅군이 지난해 11월부터 연재하기 시작한 무협 소설 『반노환동(反老還童) 』은 조회수가 인터넷상에서 8천회, 통신상에선 2천5백회를 웃돌고 있다. "주인공을 살려야 한다" "악한을 빨리 죽이지 않고 왜 그냥 두느냐"는 등 네티즌의 e-메일을 하루 2백여통씩 받을 정도로 그의 소설은 반응이 크다.

또 그가 지난해 6월부터 하이텔통신에 연재했던 팬터지 소설 『하크』는 조회수 1천5백여회에 이를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통신상에 올라오는 소설은 하루 50~60건이나 되지만 조회수가 1천여회를 넘는 것은 1~2개에 불과하다.

『하크』는 덕망 있고 지적인 사회학자가 어느 날 아침 '돼지 괴물'로 변신, 갖은 모략과 음모로 종족을 정복하는 과정을 그렸다.

이 소설은 잔인하고 위선적이며 추악한 인간의 심성을 적나라하게 묘사해 성인 작가의 글에 못지 않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같은 유명세에 힘입어 『하크』는 지난해 말 한 출판사가 3권짜리 책으로 펴내고, 『반노환동』도 다른 출판사와 이미 계약을 맺었다. 두 출판사로부터 받은 인세는 수천만원에 이른다.

그는 중학교 때 삼국지를 일곱 번이나 독파하는 등 책읽기를 즐기는 독서광이다.대학원 석.박사 과정을 밟으면서 늘 공부하는 아버지 나병훈(羅炳勳.45.전북농협 유통지원과장) 씨의 영향을 받았다.

羅군은 오전 5시부터 등교 전까지 하루 두 시간 정도 소설을 쓴다. 올해는 대학입시를 눈앞에 둔 3학년생이 돼 학업에 치중하고 글쓰는 시간을 줄일 생각이다.

그는 "청소년들이 팬터지.무협소설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재미가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羅군의 꿈은 교사가 돼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동심을 키워줄 수 있는 순수 소설을 쓰는 것이다.

전주=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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