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제휴 협상 '안개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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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반도체 주가가 크게 출렁거리고 있다. 마이크론과의 제휴협상 소식에 투자자들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하이닉스는 5.14% 떨어져 2천6백75원으로 장을 마쳤다. 전날에도 10.9% 곤두박질 했다. 협상 실패 우려감이 번진 탓이다. 하이닉스는 지난 9일 3천2백25원을 기록하는 등 한동안 오름세를 탓었다.

현재 양측은 하이닉스 D램사업의 매각조건을 놓고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하이닉스 주가 향방을 점치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 매각협상이 실패할 경우=마이크론과의 협상이 실패하면 하이닉스 주가는 크게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메리츠증권 최석포 연구원은 "협상이 깨지면 D랩업계 구조조정 기대감에 급등한 반도체값이 꺾일 것으로 보여 하이닉스 주가도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연구원은 "양측이 파혼을 선언할 때 반도체 유통업체들이 현물을 시장에 대거 내놓을 것"이라며 "시장은 양측의 성공적인 결혼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투신증권 민후식 연구원도 "하이닉스 주가에는 마이크론과의 합병 협상으로 생존할 수 있다는 희망이 반영됐다"며 "협상이 결렬되면 하이닉스 투자의견을 낮추겠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굿모닝증권 박정준 연구원은 "향후 반도체 업황이 뚜렷하게 개선되면 매각협상의 실패가 하이닉스에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매각협상에 성공할 경우=현재 마이크론은 하이닉스 매출비중의 70%를 차지하는 D램사업 부문을 인수하고 싶어한다. 그렇지만 현재 채권단은 매각대금으로 적어도 60억달러를 받기를 원하지만 마이크론측은 20억달러선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경제연구소 이선태 연구원은 "마이크론이 현금이 많지 않아 지분교환 형태로 하이닉스 D램사업을 인수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설령 마이크론이 2조~3조원의 현금을 하이닉스에 줘도 하이닉스의 차입금이 5조5천억원이나 돼 하이닉스로선 큰 실익이 없다"고 지적했다.

크레딧스위스퍼스트보스턴(CSFB) 증권은 지난 14일 하이닉스.마이크론 제휴협상이 체결될 경우 인수가격은 20억~25억달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증권사는 "가격에 대한 견해차이가 이번 협상의 최대 걸림돌"이라며 "하이닉스 투자자들은 높은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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