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공매도 투자자 14% 수익…올해는 자제 움직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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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최악의 경기침체과 테러사태 등으로 인해 뉴욕증시가 30년만의 주가하락을 나타냈으나 공매도(short selling) 투자자들은 두자릿수의 수익률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 저널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 앤 푸어스(S&P) 500 지수는 각각 7%와 13%나 하락했으나 공매도 투자자들의 경우 평균 14%의 수익을 거뒀다.

공매도란 주식이나 상품의 현물을 갖지 않거나, 갖더라도 실제로 상대방에게 인도할 의사없이 증권회사나 중개인에게 일정률의 증거금만 내고 팔았다가 일정기간후에 환매(還賣)함으로써 차익을 얻는 투자방식이다.

지난해 공매도 투자자들은 기술주를 집중적으로 공략함으로써 고수익을 얻은것으로 조사돼 뉴욕증시에서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지수가 21%나 하락한 반면 공매도 수익률은 지난해 4.4분기 주가반등 이전까지 무려 30%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은 엔론을 비롯한 에너지업체들의 주식을 공매도함으로써 높은 수익을 올렸으며 경기부진으로 인해 실적이 크게 부진했던 소비자 금융사인 콘세코와 프로비디언 파이낸셜 등도 공매도 대상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공매도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잇단 금리하락에도 불구하고 큰 수익을 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공매도는 금리가 상승할 경우 증시하락이 뒤따르면서 높은 수익을 거두는 반면 금리가 인하될 경우 수익을 내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지난해는 11차례의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수익을 거뒀다.

한편 올해의 경우 공매도 투자자들은 헤지펀드가 작년의 공매도 수준을 유지할지의 여부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매도 전문투자사인 키니코스 어소시에트의 제임스 카노스 사장은 "헤지펀드들은 지난 2년간 공매도로 인해 큰 이익을 얻었다"며 "그러나 올해는 공매도를 재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매도 투자자들은 또 최근 애널리스트들이 올해 상반기 증시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음에 따라 지난해 기술주와 통신주 매도에 주력했던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루든트 베어의 데이비스 타이스 펀드매니저는 셀레스티카, 플렉스트로닉스, 샌미나 등 기술주 외에 아메리크레디트와 할리-데이비슨 등의 실적이 올해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며 공매도 대상으로 거론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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