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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된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서울은 온통 축제처럼 들떠서 흥청대고 있다. 거리마다 나부기는 깃발이며 한·미 두나라 원수의 초상화, 그리고 환영「아치」와 국향. 김포공항에서 시청앞·중앙청까지의 연도를 메운 군중은 얼마나 되었을까. 일찍이 이렇게 큰 규모로 마음으로부터 뜨거운 마중을 받은 나라의 손님도 없었으리라. 「존슨」대통령내외와 그를 수행한 일행도 한껏 기쁜 듯 보였다.
「퍼레이드」도중 일곱 번이나 군중속으로 들어가 악수로 따뜻한 마음을 주고 받고, 논으로 걸어들어 벼포기를 만져도 보고하는 정경은 서로의 나라끼리 천만어의「메시지」를 주고 받는 것보다도 더 정확하고 두터운 우의의 다리를 놓은 것이라 하겠다.
첫날 환영의「피크」는 아무래도 시청앞 광장의 환영식과 중앙청「홀」에서의 만찬회였을 것이다. 환영식에서「존슨」대통령은 부인 머리에 뿌려진 색종이와 꽃잎을 손수 털어 주기도 했고, 답사의 꼬리에
『시민여러분, 사고 없이 돌아가 안녕히 주무시라』고 하여, 귀로의 염려까지를 잊지 않았으니, 이 어줍지않은 것같은「제스처」와 말은 능히 시청앞 광장을 메운 군중들 하나하나의 마음을 사로잡고도 남음이 있어 세련되고 여유있는 대중정치가로서의 면모 또한 녹여했다.
그도 그렇거니와 국보를 맞는 우리쪽의 의전절차도 짜임새가 있었다. 만찬회에서 신선로를 비롯한 우리고유의 음식으로 접대를 하고, 시민회관에서 고전 및 민속악과 무를 감상케 한 것은 슬기로운 우리의 전통을 그에게 깊이 인식케 하는 좋은 계기였으리라 짐작이 된다.
2박3일에 걸친「존슨」대통령의 환영절차는 미리 짜여진 계획에 따라 온국민의 이름으로 성대하고 따뜻하게 진행될 것이지마는 체한중의 그의 식탁에 한번쯤은 김치와 된장을 올려보았으면 한다. 갖은 양념의 맵고 짜고 감칠맛있는 김치와 부글부글 끓인 된장찌개의 깊고 수더분한 맛이 반드시 이『위대한 「텍사스」인』의 구미에 맞지는 않을지 모르겠다. 그렇다하더라고 우리는, 그리고 우리의 선인들은 너 나 할 것없이 김치와 된장찌개로 뚝심을 길러 모든 역사의어려운 고비를 넘겼던 것을 생각할 때, 이 장삼이사의 찬이 자유진영의 웅인 「존슨」대통령 체한식단에 올려져서 무의미할 것만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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