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또 … 북한엔 입 닫고 한·미에 화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의 북한에 대한 태도는 핵무기로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위협 앞에도 변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핵실험, 도발, 미사일 발사 등의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문제를 일으킨 북한엔 한마디도 안 하고, 한국과 미국만 비판해 왔다.

 그런 이 대표는 북한이 정전협정을 파기할 것이라고 선언한 다음날인 6일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는 심각한 위기 상황을 부추기는 제재와 군사적 압박에 동참해서는 안 된다”면서 “정부는 현재의 위기 상황을 정확히 알리고 대북특사를 파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곤 미국을 비판했다.

 이 대표는 “미국은 수년간 대북제재와 압박으로 일관했다”면서 “대북제재와 한·미 합동 군사훈련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의 발언 중에선 북한 정부를 향한 내용은 없었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진 상황이 한국과 미국 정부 때문이라는 식이었다. 이 대표는 “온 국민이 (정전협정 대신) ‘평화협정 체결’을 위해 나서도록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한반도 평화의 선결조건인 북한의 핵 개발 중단은 거론하지 않았다.

 이 대표와 통합진보당은 이전에도 비슷한 입장이었다. 이 대표는 2010년 민주노동당 의원 시절 한·미동맹에 대해 “남북 관계를 극도로 악화시키는 동맹”이라고 폄훼했었다. 같은 해 8월 라디오 인터뷰에선 ‘6·25가 남침이냐’는 질문에 “역사적 논쟁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좀 더 치밀하게 생각해보고 답하겠다”며 사실관계에 대한 질문조차 대답을 회피했다.

통진당은 지난해 비례대표 부정 경선과 더불어 이석기·김재연 의원 등 NL(민족해방)계 운동권 출신들에 대한 ‘종북 논란’ 때문에 당이 쪼개졌고, 이 대표는 지도부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잠시 칩거를 거쳐 통진당 대선 후보로 등장한 이 대표는 지난해 12월 대선 후보 TV토론 도중 천안함 폭침 사태를 북한이 저질렀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역시 우리 정부에 책임이 있는 것처럼 주장했다. 그러다가 우리 정부를 ‘남쪽 정부’로 표현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 대표의 주장은 다른 야당들과도 달랐다. 민주통합당은 “유엔의 제재결의안은 북한이 핵실험으로 자초한 것”이라며 “이에 따른 모든 결과는 북한의 책임”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통진당에서 분당한 진보정의당도 이정미 대변인의 브리핑을 통해 “북한은 실질적인 전쟁 상황까지 예고하는 초강경 발언을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통진당 김재연 대변인은 이 대표의 기자회견에 대해 “한국의 정치 활동을 하는 정당으로서 우리가 개입 가능하고 활동할 수 있는 내용을 언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대변인은 “대북제재와 전쟁 훈련 중단을 촉구하는 시위와 집회를 계획 중”이라고도 했다.

 이 대표의 발언이 알려지자 트위터 등에선 비판글이 쏟아졌다. “북한 노동당 대변인 같다”거나 “왜 우리만 군사연습 중단해야 하고, 북한엔 핵을 폐기하란 말을 안 하느냐”는 의견이 다수였다.

하선영 기자

[관계기사]

▶ "北 위협 발표, 아나운서 아닌 김영철 발표에 주목해야"
▶ 北 "서울 불바다 만들 것"…내주 대규모 무력시위 할 듯
▶ 北 국지도발 가능성에 무게…"원점 파악해 즉각 대응"
▶ 안보리 결의안 초안, 북한 실질적인 고통에 초점
▶ 北, 60년간 정전협정 위반 43만 건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