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천안함 폭침' 주도 인물 또 내세워 이번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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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김일성군사종합대학 소속 병사들이 6일 평양의 캠퍼스에서 총을 들고 군사훈련을 하고 있다. [평양 AP=뉴시스]

정전협정 백지화에 이어 “정밀 핵 타격 수단으로 서울만이 아니라 워싱턴까지 불바다로 만들 것”이라고 한 북한의 위협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제동을 걸려는 데 1차적 목적이 있어 보인다. 동시에 한·미 연합훈련인 키리졸브(11~21일) 훈련과 독수리 연습(1일~4월 30일)에 맞대응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의 3차 핵실험(2월 12일)에 대한 제재안을 이르면 7일(뉴욕 현지시간) 채택할 예정이다. 강력한 금융 제재가 포함된 이번 결의안엔 북한의 버팀목인 중국도 가세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한도 ‘모 아니면 도’ 식의 벼랑 끝 전술을 꺼내 들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북한은 1994년 남북특사교환 실무접촉 대표(박영수)가 ‘서울 불바다’ 발언을 함으로써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켰었다. 당시 북한은 영변 핵시설에 대한 미국의 공격 분위기에 협박으로 맞불을 놓는 전략을 썼다. 그러나 당시는 장사정포 등 재래식 무기만을 보유한 상태였고 대상도 서울로 한정했었다.

 하지만 이번엔 핵 카드를 꺼내 들고 ‘워싱턴 불바다’까지 들먹이고 있다. 세 차례에 걸친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을 통해 자신감을 얻은 북한이 위협의 강도를 높여 더 많은 경제 지원과 북·미 관계 정상화를 얻어내려는 전형적인 전술로 보인다. 동시에 정전협정 백지화와 판문점 대표부 철수라는 강수를 둔 것은 다양한 카드를 쪼개서 활용하는 ‘살라미(salami) 전술’(이탈리아 소시지 살라미에서 나온 말. 하나의 과제를 여러 단계별로 세분화해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협상전술)과 비슷하다.

 전현준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 1위원장은 체제 안정을 위해 외부의 역풍을 최소화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 중국마저 제재에 동참하는 모양새를 보이자 국제사회에 도발 가능성을 암시하며 외풍을 차단하고, 외부 긴장 조성을 통해 내부 결속 효과를 노리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다만 아나운서가 나와 성명을 발표했던 과거와 달리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직접 TV에 등장한 건 주목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천안함 폭침 3주기(3월 26일)를 앞두고 단순히 위기를 고조시키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실제로 군사 도발을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김영철 국장은 천안함 폭침 사건을 주도한 인물로 알려져 천안함 폭침과 유사한 도발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정현일 소장(우리의 중장) 을 내세운 것도 나름의 치밀한 계산에서 나온 것일 수 있다.

 새 정부 출범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외교·안보 라인이 완전히 가동되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정치 상황과 국정 공백의 틈을 파고들어 정부를 흔들어 기선을 제압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 같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은 우리 정권 교체기 때마다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간접 도발을 통해 우리 정부를 시험해왔다” 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안보실장과 경호실장·국가정보원장 등을 육군사관학교 출신으로 임명한 것에 대한 불만의 메시지도 담겼다는 해석이다. 진희관(통일학) 인제대 교수는 “매파로 불리는 군부 출신을 요직에 앉힌 걸 보고 박근혜 정부의 대화 의지가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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