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관광코스 남하 … 강남 북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5면

6일 오후 3시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두세 명씩 짝지어 돌아다니는 일본인 여성 관광객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매장 안에는 물론 쇼윈도 밖에서 포즈를 취하며 사진 찍는 일본인도 많았다. 행인 10명 중 3명은 일본인이었다. 가로수길이 일본 관광객이 즐겨 찾는 관광 명소로 급부상했다는 걸 쉽게 알아챌 수 있었다. 과거 명동·동대문·경복궁을 찾던 일본 관광객이 대거 남하한 것이다. 매년 한국을 찾는다는 마키 스즈키(24)는 “아기자기한 카페가 많다”며 “한국의 다른 명소와 달리 매우 감각적이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라서 좋다”고 말했다.

 같은 날 청담동 명품거리. 대한민국 상위 1%가 주로 찾는다는 이곳의 주요 고객은 중국 관광객이다. 김태형 까르띠에 청담메종점 매니저는 “중국 관광객은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억원 단위 제품도 쉽게 구입한다”며 “이들을 위한 전용 VIP룸과 통역직원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가수 싸이의 ‘강남 스타일’ 열풍으로 강남이 한국 관광의 중심지로 부상했다. 강남은 365일 외국인 관광객으로 붐빈다.

 강남구가 지난달 14~19일과 26일에 인천·김포공항에서 외국인 관광객 3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 따르면 서울을 찾은 관광객 절반 이상(54%)이 강남을 방문했다. 지난달 한국을 찾은 외국 관광객은 75만3700명으로, 이중 32만4400명이 강남을 방문한 셈이다. 특히 중국·일본 관광객이 강남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을 방문하는 외국인 71%가 중국인 또는 일본인이었다.

 그렇다면 강남 중에서도 특히 외국인이 즐겨 찾는 곳은 어디일까. 답은 가로수길이다. 다만 국적별로 차이가 있었다.

 일본인은 가로수길을 가장 선호했다. 코엑스나 로데오길을 찾는다는 일본인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반면 중국인은 딱 한곳만 선호한다기보다 가로수길뿐 아니라 로데오길 등 강남 주요 장소를 골고루 찾았다.

 박희수 강남구 관광진흥과장은 “일본인은 한산하고 고급스러운 곳을 찾는 반면 중국인은 화려하고 활기찬 곳을 좋아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중국인이 로데오길을 많이 찾는 건 패션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중국 출신인 리레이 서울시 관광진흥과 주무관은 “한국을 찾는 중국인의 주요 목적 중 하나는 ‘강남 스타일’로 꾸미는 것”이라며 “한국을 방문하려는 중국 젊은이의 트위터나 블로그 등에서는 ‘강남 스타일로 입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미국이나 유럽인은 강남역이나 코엑스를 많이 찾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크게 늘어난 중국인의 강남 방문은 지역 상권 매출로 이어졌다. 지난해 12월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과 무역센터점의 중국인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95%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성운·조한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