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빠진 1월장세 배경] 증시 "돈 언제 돌아올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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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증시 침체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17일부터 나흘간(거래일 기준) 내리 하락했다. 23일엔 모처럼 반등했지만 상승폭(0.43%)이 작았고, 그나마 짧은 기간에 많이 떨어진 데 따른 기술적 반등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전문가들은 북한 핵문제와 국내외 기업들의 실적둔화 우려 등으로 꺾인 투자심리가 살아나지 않는 것을 약세 배경으로 지적했다. 거래소 시장에선 뚜렷한 모멘텀(상승요인)이 나타나지 않으면서 외국인.기관.개인투자자 모두 움츠린 채 적극적인 매수의지를 보이지 않는 모습이다.

연초 하루 7억주에 이르던 거래량은 최근 들어 5억주 수준으로 줄었다. 거래대금도 지난주 중반까지만 해도 하루 1조8천여억원을 기록했으나 이후 하락세가 뚜렷해지면서 22일엔 1조4천여억원 수준으로 내려갔다.

증시에서 빠져나간 돈이 되돌아올 낌새도 아직 보이지 않는다. 투자자들이 증권사에 맡겨놓은 고객예탁금은 지난해 말 8조1천억원대를 기록했으나 올 들어 꾸준히 줄면서 21일엔 7조6천억원에 머물렀다.

반면 부동자금이 단기 투자상품으로 몰리면서 머니마켓펀드(MMF) 설정액은 연말 49조원대에서 21일엔 59조원대로 늘었다.

교보증권 임송학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반도체 가격이 떨어지고, 미국.이라크 전쟁 가능성과 베네수엘라 파업사태 등으로 국제 유가가 오르는 등 국내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이 좋지 않은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투자자들의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과열 조짐을 보이는 선물시장도 현물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최근 투자자들은 현물시장에서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 선물.옵션 투자로 눈을 돌리면서 선물시장 거래대금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미리 입력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선물과 현물 주식을 한꺼번에 사고파는 프로그램 매매가 현물시장의 방향을 좌우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선물.옵션투자가 향후 주가를 약세로 전망하는 쪽으로 이뤄지면서 현물시장마저 끌어내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연초 무선인터넷.인터넷포털 등이 잇따라 테마를 형성하면서 투자심리가 호전되는 듯했던 코스닥시장도 최근 소강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락폭과 속도 등을 감안하면 앞으로 증시가 기술적인 반등을 계속할 가능성은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아직은 악재들이 사라지지 않은 만큼 반등시에도 적극적인 추격 매수보다는 현금 비중을 높이는 기회로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SK증권 현정환 연구원은 "최근 종합지수가 630선을 중심으로 왔다갔다하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어 투자심리가 더 위축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이럴 때일수록 현금을 늘리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편 굿모닝신한증권 김중현 연구원은 "한국 시장의 투자심리 위축이 다른 아시아 국가들보다 심하다는 점을 주의깊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대만.싱가포르 증시는 연말 미국 증시의 영향으로 거래가 부진했으나 최근엔 예전 거래 수준을 회복하거나 넘어서고 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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