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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접받는 자리만 쫓아가는 '간 큰' 대한민국 외교관

미주중앙

입력

지난달 28일 조지아 주정부청사에서 열린 `아시안 유권자의 날` 행사에서 네이선 딜 조지아 주지사가 아시안 정치인 및 외교관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그러나 주 애틀랜타 대한민국 총영사관 외교관은 이날 불참했다.

일본·대만·인도 외교관은 있었다. 한국 외교관만 없었다.

지난달 28일 조지아 주정부 청사에서 열린 ‘조지아 아시안 유권자의 날’ 행사 이야기다.

조지아 주정부가 사상 최초로 아시안 이민자들을 위해 연 이번 행사는 정재계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네이선 딜 조지아 주지사와 장관·의원만 15명이 나와 아시안 이민자들을 환영했다. 또한 조지아 최초 한인정치인 박병진 주하원의원을 비롯해 앨빈 T 웡 디캡 카운티 주 판사, 알렉스 완 애틀랜타 시의원 등 아시안 정치인과 리더 200명이 참가했다.

이날은 아시아 각국 외교의 장이었다. 일본·대만·인도 외교관과 정부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해, 자국민과 관련된 정치·경제교류를 쌓는데 여념이 없었다. 그러나 한국 외교관만 없었다.

조지아주는 유독 ‘친한’ 이미지가 강하다. 경제 위기 속에서 기아자동차, 현대중장비 등 한국 기업들이 잇따라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고, 인력창출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최초의 한인 정치인 박병진 의원의 탄생도 이런 분위기를 뒷받침한다. 어느 지역보다 ‘경제외교’를 펼치기 좋은 여건이다.

그런데 왜 대한민국 외교관은 이날 오지 않았을까. 이번 행사가 열린 주정부 청사는 애틀랜타 총영사관과 불과 10분 거리다. 주최측은 한달 전부터 총영사관에 초대장을 보내고 참가의사를 확인했다고 한다. 그렇기에 애틀랜타 총영사관의 빈자리는 더욱 컸다.

애틀랜타 총영사관의 유복렬 영사에게 물어보았다. 그는 “부임한지 얼마 되지않아 인수인계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 (해당 행사도) e메일을 받았지만, 이미 다른 스케줄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아마 다른 영사들도 (행사 자체에 대해) 모르고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물론 행사 참가 여부는 전적으로 총영사관이 결정할 문제다. 그러나 “인수인계를 못받아서, 바빠서”라는 변명은 너무 궁색하다.

이번 행사는 주정부와 의회가 한인 등 아시안 만을 위해 개최한 자리였다. 주 의회는 이례적으로 ‘아시안의 날’을 선포했고, 한국-조지아 운전면허협정, 스몰비즈니스 법안 등 한인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정책이 논의됐다.

그 배경에는 박병진, 페드로 마린, 스캇 홀컴 등 친한파 주의원들과 헬렌 김, 윤본희 변호사 등 지역 한인들의 노력이 있었다. 지역 한인과 정치인이 열심히 마련한 ‘경제외교’의 기회를 총영사관 스스로 걷어찬 것이다.

애틀랜타 총영사관은 한인타운과 40여분 떨어진 다운타운에 위치해 있다. 애틀랜타 한인들이 교통불편을 호소할 때마다 총영사관은 “외교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며 다운타운만을 고집했다.

그러나 이번에 정작 코앞에서 벌어진 외교의 무대마저 외면한 총영사관은 비판을 피할수 없을 것 같다. 대접받는 자리만 쫓아가는 외교관에게는 ‘외교’가 없다.

권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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