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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2013 동반성장데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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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5일 수원에서 열린 ‘2013 삼성전자 동반성장데이’에서 권오현 부회장과 협력사 대표들이 동반성장을 다짐하고 있다. 왼쪽부터 성규동 이오테크닉스 대표, 하경태 플렉스컴 대표, 민택규 자강산업 대표, 김덕용 케이엠더블유 대표, 권 부회장, 박정길 범진아이엔디 대표, 김영재 대덕전자 대표, 이봉우 멜파스 대표. [사진 삼성전자]

#2010년 10월 어느 날. 대구에 있는 휴대전화 케이스 제조업체 SJ테크의 허일(61) 대표는 초조하게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다. 150억원의 빚을 지고 있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지점장이 SJ테크 임원들과 원청업체인 삼성전자 구미사업장 무선사업부문을 찾아가 회의를 하고 있었다. SJ테크의 워크아웃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자리였다. 한 시간 후 산업은행 임원이 허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삼성전자에서 SJ테크와 함께 성장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여 다시 한 번 기회를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산은 측은 대출 상환을 연기해 주고 20억원의 추가 대출까지 승인하며 회생을 지원했다.

 1987년 자동차 부품회사로 출발한 SJ테크는 전자 부품을 만들면서 삼성의 협력업체가 됐다. 2006년엔 삼성의 상생펀드 38억원을 무이자로 지원받아 폴더폰의 경첩(힌지)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삼성전자에 납품하며 성장을 거듭하던 회사는 2007년 위기를 맞았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휴대전화 시장에서 저가폰만 팔리면서 고급 휴대전화에 들어가는 부품만 만들던 SJ테크의 경영은 악화했다. 공장 가동률은 30%를 밑돌았다. 허 대표는 “공장 부지에 살던 집까지 저당잡히고도 부족해 사채까지 끌어 쓸 정도였다”고 말했다.

 3년간의 어려움 속에서도 삼성전자와 액정화면(LCD) 고정용 브라켓 개발을 계속했다. 산은의 지원으로 고비를 넘기고 2011년 갤럭시S2에 브라켓 납품을 시작하면서 회사는 살아났다. 품질을 인정받아 갤럭시탭10.1의 LCD 브라켓도 납품하기 시작했다. 현재 이 회사의 공장 가동률은 90%를 웃돈다. 허 대표는 “스물세 살 된 자식 같은 기업이 죽기 직전에 살아났다”며 “직원 200여 명과 협력업체 25개 사도 함께 생명을 얻은 셈”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안산에 있는 플렉스컴은 전자제품 회로기판 중 휘어지는 연성기판(FPCB)을 제조한다. 2000년 이 회사를 창업한 하경태(48) 대표는 “초기에는 일본과 대만의 제품을 흉내 내 만드는 수준이었다”고 회상했다. 이 회사는 2002년부터 삼성전자에 휴대전화용 기판을 납품했다. 터치스크린 시대가 오면서 삼성전자는 ‘S펜’을 도입하기로 하고 기술을 개발할 협력사를 물색했다. 입력 펜을 만드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은 펜의 터치를 인식해 화면에 글씨나 그림을 정확히 구현해내는 기술이었다. 연성기판 제작 경험이 있는 플렉스컴은 삼성전자의 공동 개발 파트너가 됐다. 삼성 기술진은 일주일에 사나흘씩 상주하며 공동 개발 작업을 했다. 펜 동작을 인식하는 부품을 만들어 디스플레이에 장착한 뒤 이리저리 글씨를 써보는 일을 1년 반이나 반복했다. 허 대표는 “공책 1만 권 분량의 글자를 쓰고 또 쓰고 나자 부품 성능이 흡족할 만큼 개선됐다”고 말했다. 플렉스컴은 2010년 S펜의 필기압을 256가지로 분류해 인식하는 부품 ‘디지타이저’를 개발했다. 2010년 1500억원을 넘어선 매출은 이듬해 1780억원, 지난해엔 3495억원에 달했다.

 5일 경기도 수원시 호텔 캐슬에 허일·하경태 대표를 포함해 삼성전자 협력사 대표 25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삼성전자가 주최한 ‘2013년 동반성장데이’ 행사다. 이 행사는 삼성전자가 협력사와의 상생 발전을 다짐하기 위해 매년 개최한다. 이 자리에는 유장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 송재희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삼성전자에서는 대표이사 권오현 부회장을 비롯해 강호문 부회장, 가전(CE)부문장 윤부근 사장, 통신(IM)부문장 신종균 사장, 경영지원실장 이상훈 사장 등 주요 경영진이 모두 나왔다. 이 자리에선 SJ테크와 플렉스컴을 포함한 16개 사가 새로 ‘협성회’ 멤버로 가입했다. 권 부회장은 “협력사와 삼성전자가 함께 성장해 고객과 사회로부터 사랑받고 존경받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상생 경영은 뿌리가 깊다. 이건희(71) 회장은 87년 취임한 이후 매년 신년사에서 상생을 강조했다. 올해도 그는 “경제가 어려울수록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더 무거워진다”며 “협력사의 경쟁력을 키워 성장을 지원하고 지식과 노하우를 중소기업들과 나눠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89년 11월 협력사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이 회장은 협력사 대표들에게 느닷없이 “무슨 차를 타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 회장은 “협력사 사장들이 그랜저를 탈 수 있도록 돕고, 삼성에 들어오면 삼성 사장 차 옆에 주차할 수 있도록 배려하라”고 주문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중소기업 상생 펀드, 기술 개발 지원 등으로 모두 440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박태희 기자

◆협성회

삼성전자 협력사 협의회. 기술력, 제품 품질, 납기일 준수 등을 기준으로 한 삼성전자의 평가에서 B등급 이상을 받고 연간 삼성전자와의 거래금액이 200억원 이상인 업체 가운데 심의를 거쳐 회원을 선정한다. 삼성전자는 회원사에 사업 방향과 기술 로드맵, 경영진 교류 기회를 제공한다. 1981년 39개 사로 출발해 현재 166개 사가 가입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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