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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억 기부하면 1억 세금’ 법 개정 움직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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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기부 확산에 찬물을 끼얹는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을 바로잡으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국회에 법률 개정안이 제출됐고 보건복지부도 법 개정을 요청할 방침이다. 시민단체들도 법 개정 운동에 나섰다. 이 법이 고액 기부자뿐만 아니라 중산층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것(본지 1월 24일자 2면)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문제의 조특법 조항(제132조의 2)은 근로자 소득공제 한도를 따질 때 교육비·의료비·보장성보험료 등과 지정기부금을 합해 2500만원까지만 인정하는 것으로 지난 1월 신설됐다. 개인사업자 기부금도 2500만원까지만 공제된다. 이를 초과하는 기부금만큼 세금을 내야 한다. 기획재정부는 4만~5만 명이 해당하고 이들이 900억원의 세금을 더 낼 것으로 추정한다.

 삼성생명 FC명예사업부장보(상무보) 배양숙(47·여)씨는 지난해 아름다운재단 등에 3억원을 기부하면서 전액 소득공제를 받았다. 배씨는 올해도 이 정도 기부할 생각이지만 2500만원까지만 공제돼 1억1495만원(주민세 10% 포함)의 ‘세금 폭탄’을 맞게 됐다.

 한솔세무회계사무소 조혜규 대표는 “연봉 1억원이고 대학생·고교생 자녀가 있는 40~50대 직장인이 수입의 5% 이상만 기부해도 조특법에 걸린다”며 “중산층은 세금을 꼼꼼히 따지기 때문에 기부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파문이 일자 국회가 먼저 움직였다. 민주통합당 원혜영 의원은 지난달 28일 소득공제 한도 대상에서 지정기부금을 제외하는 내용을 담은 조특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올해 이 법이 시행되면 1월 기부금부터 소급 적용된다.

 기부 주무부처인 복지부도 반대하고 나섰다. 복지부 임혜성 나눔정책TF팀장은 “조특법은 고액기부를 활성화하려는 정책 방향에 맞지 않다”며 “조특법 개정 움직임이 없으면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에 총리실 산하 나눔활성화정책협의회에서 개정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신성식 선임기자, 신준봉·장주영·이정봉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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