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이용우 해운대관광고 교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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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부산 해운대관광고 이용우(李用雨.42)과학 교사는 한달 뒤 시민들에게 자신이 십년 넘게 채집한 곤충류를 선보일 생각을 하면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李교사는 13년간 전국을 누비며 채집한 곤충표본을 전시할 곤충생태전시관 건립도 추진하고 있다. 그는 곤충생태관 건립 취지를 알릴 생각으로 오는 3월 부산시청에서 '곤충류 생태 전시회'를 연다.

해운대관광고 옆에 건립 예정인 곤충생태전시관은 2천여 평 규모로 전국 유일의 곤충생태전시관이 될 전망이다. 李교사가 채집한 표본은 모두 7만2천5백여 점. 나비류가 6만4백점으로 가장 많고 딱정벌레류가 6천4백여7점이다. 잠자리.메뚜기.사마귀.대벌레류 등은 5천7백여 점에 이른다.

"해운대관광고에 부임(1989년)한 뒤 학생들이 쉽게 생물과목에 관심을 갖게 할 방법을 찾다 곤충채집을 떠올렸습니다."

경남 의창군(현 창원시)태생인 그는 어릴적 사슴벌레.장수풍뎅이 등을 잡고 놀면서 곤충에 관심을 가졌다. '파브르 곤충기'를 표지가 닳을 정도로 읽으면서 곤충에 흠뻑 빠졌던 그는 모든 곤충을 채집해 전시하겠다는 꿈을 품었다. 하지만 막상 대학에 들어갈 땐 전자공학과를 선택했다. 안정적인 취업을 원하던 부모의 권유를 뿌리치지 못했던 것이다. 2년을 고민하던 그는 결국 부모 몰래 전공을 생물학과로 바꾸고 6년만에 대학을 졸업했다.

"나중에 사실이 밝혀져 큰 곤욕을 치렀습니다.그러나 그 때 결단을 내리지 않았다면 곤충채집의 즐거움을 알지 못했을 겁니다."

울릉도를 빼고는 그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처음엔 발 닿는대로 다녔지만 나중에는 곤충 분포지를 미리 파악해 행선지를 정했고 그러면서 체계가 잡혔습니다."

채집 중 작고 큰 부상은 예사고 심지어는 목숨까지 잃을 뻔 했다. 처음 보는 나비를 정신없이 쫓아가다 낭떠러지로 추락할 뻔도 했다. 독사를 밟은적도 셀수 없이 많았다. 92년 지리산에서는 밤새 내린 비로 불어난 물에 떠내려 갈 뻔 했다.험한 산지를 누빈 탓에 승용차도 네번을 바꿨다.

가족과의 갈등도 심했다. 주말과 공휴일이면 어김없이 포충망을 들고 집을 나서는 그를 참다 못한 부인은 "집에서 나가라"고 할 정도였다. 그는 부인에게 여러번 가짜 출장 명령서를 내밀고 집을 나서기도 했다고 한다.

부창부수(夫唱婦隨)라던가. 결국 부인도 몇년전부터 교사직을 그만두고 그를 따라 생태 사진을 찍으러 다닌다. 방학때는 부인.딸(10살).아들(5살)이 모두 함께 채집에 나선다.

그의 집념이 알려지면서 학생.학부모들도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요즘 나비 사육화 방법을 찾는데 몰두하고 있다. 학계에 보고된 1백97종의 나비 중 사육이 가능한 나비는 네종류.하지만 그는 이 한계를 뛰어넘어 모든 나비를 사육화한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부산=김관종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istor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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