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한다 기초수급자 탈락한 50대 취소소송 승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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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경남 양산시에서 대서소(代書所)를 운영하는 김모(50)씨는 2011년 9월 양산시로부터 기초생활비 지급 중단 통보를 받았다. 2009년 7월부터 지원해 온 기초생활수급비를 중단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씨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된 뒤 2년여간 매월 일정액을 받아 왔었다. 양산시가 밝힌 중단 이유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5조에 명시된 1인 가구 한 달 최소생계비 53만2583원을 초과한 82만원을 대서소에서 매달 벌고 있다는 것이었다. 양산시뿐 아니라 국내 모든 지자체는 이 법에 따라 기초생활수급비 지급 여부를 결정한다. 양산시의 결정이 지나치다고 판단한 이씨는 울산지법에 양산시장을 상대로 ‘기초생활수급자중지처분취소’ 소송을 냈다.

 이에 울산지법 행정부(판사 홍성주·홍지현·권경선)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26일 밝혔다. 전체 벌어들인 돈이 최소생계비 기준보다 많아도 실제 수입이 이보다 낮다면 지원을 계속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가 대서소를 운영해 실제 82만원의 수입이 있더라도 이 수입에서 필요경비를 제외한 금액만을 원고의 실제소득이라고 봐야 한다. 대서소의 월 임대료 25만원, 월 대출이자 3만5875원, 전화요금 11만7000원 등 필요경비를 제하면 실제소득은 2011년 1인 가구 최소 생계비 기준인 53만2583원을 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초수급권 유무의 판단 기준인 소득평가액을 산정할 때 실제 소득에서 지속적으로 지출하는 비용을 공제해야 한다. 양산시의 처분은 위법한 것이다”고 판단했다.

 박주영 울산지법 공보판사는 “실제 기초생활수급자의 생활실태에 따라 지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이례적인 결정”이라며 “앞으로 유사한 가처분 소송 시 영향을 미칠 판례다”고 말했다.

김윤호·차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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