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교조 노조 자격 박탈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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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노조 지위를 박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해직교사의 가입을 허용하고 있는 전교조의 규약이 현행 노동조합법을 위반하고 있는 데다 거듭된 명령에도 이를 시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 시민석 공공노사정책관은 22일 “노동조합법은 근로자가 아닌 자가 가입하면 노조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조만간 전교조에 규약을 고치라고 요구하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관계법령에 따라 처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조합법과 시행령에 따르면 행정관청은 노조가 법을 위반해 설립신고서를 돌려보낼 사유가 발생하면 30일 내 시정을 요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고 통보해야 한다.

 만일 전교조가 정부의 시정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1999년 합법화 이후 14년 만에 ‘법외노조’가 된다. 이 경우 전교조는 노조로 인정받지 못하고 단체협약체결 등 법적 권리도 행사할 수 없다. 법외노조에 가입하는 것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파업 등 단체행동에 나서면 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게 된다. 또 현직교사가 노조전임자로 갈 수 없게 되는 등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지난해 4월을 기준으로 전교조에 가입한 교사는 5만4700여 명이다.

 전교조의 해직교사 가입 규정이 문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고용부는 2010년 전교조에 규약을 고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전교조는 “조합원 자격은 노조 스스로 결정할 사안”이라고 반발했다. 이어 서울행정법원에 시정명령 취소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고용부의 손을 들어줬다. 고등법원(2011년)과 대법원(2012년)의 판결도 마찬가지였다. 전교조는 이 때문에 지난해 벌금 200만원을 물기도 했지만 끝내 규약을 수정하지 않았다. 그러자 고용부가 노조 지위를 박탈하는 행정조치를 검토하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전교조 관계자는 “정부가 구체적인 조치를 하면 내부 논의를 거쳐 대응 방침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한별·천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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