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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서의 면세」보다 「악서만에 과세」를|배꼽이 더 큰 「신청비」|어떤사는 300종 심사에 천만원 있어야|각의 통과돼도 못면할 「사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시즌」을 맞은 출판계는 요즘 뜻하지않은 곤궁에 빠져있다. 문교부는 「우량도서 인정위원회」라는 제도를 만들고, 그 운영에 따라 「우량서적」을 선정하고 영업세를 그책에 한해 면제해주는 정책을 궁리중이다.
이와같은 규정은 작년 12월30일에 공포된 대통령령에 따라 작성한 문교부의 안이다. 이 안에 의하면 출판업자로서 도서의 면세를 희망하는 자는 사열본 6부와 정가의 20배의 대금으로 소정의 신청을 하도록 되어있다.
따라서 5백원의 정가가 매겨진 학자의 학술도서일 경우 그 저서 6권과 1만원의 신청금을 내면 「우량도서 심사위원회」에 의해 심사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위원회는 문교부장관의 자문기관으로 구성된다. 면세여부는 「우량」, 「불량」과 함께 여기에서 결정된다. 출판계는 이런 조처에 「목의 가시」같은 제도라고 쓴맛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출판인들끼리 『무관심으로 대처하는 수밖에 없다』는 냉담일관을 고집하고 있다. 그들의 주장은 『모법의 정신에 어긋나는 처사』라는 이론을 전개하고 있다. 영업세법 중 개정법률안(제 9조2)에 따르면 『관보발매의 대행, 정기간행물의 발행과 대통령령이 정하는 출판물이외의 출판』외 영업에 면세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령에서는 『법 제 9조에서 결정하는 면세 이외의 영업은 국정 또는 검인정교과서, 성경과 문교부장관이 인정하는 우량도서 출판 이외의 출판물의 영업』으로 규정되었다.
따라서 『문교부장관이 인정하는』이라는 구절은 모법의 정신과 어긋나는 규정이라고 출판인들은 반발한다. 『모법의 정직한 규정은 악서만을 면세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출판계는 이미 그것을 지적하는 진정서를 냈었지만 당국은 반응이 없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법아닌 현실 속에도 있다. 가령 을서문화사의 경우 가격이 각색인 3백종의 출판물을 내고있는 형편에 그 「우량」이라는 「리본」을 달자면 적어도 1천여만원의 신청금을 내야 한다.
1천여 만원의 자금을 그런일에 감히 투자할 수 있겠느냐는 반문을 그 업자는 서슴지 않는다.
「우량」이라는 「리본」을 받아도 책의 매상고에 날개가 돋치는 것도 아니고 이미 저자의 선정으로 「우량」은 규정된 셈인데 새삼 「관제혹」을 붙이는 제도는 쑥스럽기까지 하다는 얘기다.
차라리 「우량」이라는 인정은 포기하고 영업세를 무는 편을 그들은 감수할 속셈들이다.
영업세는 책의 매상의 「1천분의 7」로 규정되어 있다. 이런 현실에선 설령 문교부의 그 안이 각의에 통과되어도 「사문」에 불과하게 된다.
출판계는 따라서 「악서 규정위원회」를 만들라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연한을 정하고, 그 사이에 발간된 악서들을 악서로 규정하면 출판풍토의 개선도 기대할 수 있으며, 출판논리도 지금보다는 훨씬 격조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작년의 출협통계에 따르면 연간 출판물은 총 9천2백49종. 이 가운데 만화류가 6천29종, 학습참고서가 9백72종. 나머지 도서는 겨우 2천2백15종이다.
「독자의 소화불량물」은 50%를 넉넉히 넘고 있다. 정부에서 정작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그 악서들을 추방하는 일이라고 그들은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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